원로 체육인들의 모임인 한국체육인회가 14일 서울 프레스센터 18층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운데 마이크 앞에서 장주호 이사장이 발표문을 읽고 있다.
한국 체육원로의 모임인 사단법인 한국체육인회(이사장 장주호)가 14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로 체육인들에 대한 정부의 예우를 요구했다. 장주호 이사장은 “20년간 정부가 매년 2억원씩 지원해온 한국체육인회 예산이 올해는 집행되지 않고 있다. 체육 발전에 헌신해온 원로들이 헌신짝 취급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이사장은 “서윤복, 최윤칠 등 국가에 기여해온 원로 체육인 20명에게 매달 10여만원씩 지원해온 복지기금을 끊었다. 원로들이 재능기부를 하는 방식으로 바꾸라고 하는데 75살 이상 노인들로서는 하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보스턴 마라톤 우승자 서윤복(93)씨는 치매 상태이고, 헬싱키올림픽에서 4위를 한 최윤칠(88)씨는 걸음도 잘 걷지 못한다. 장 이사장은 이런 내용 등을 포함한 기자회견문을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장차관, 대한체육회장 앞으로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차화정 한국체육인회 사무총장은 “과거 체육인들은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았지만 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고, 생활이 어려운 분이 많다. 20년 넘게 정부의 지원을 받아왔고, 올해도 예산이 책정됐는데 이러 저러한 이유로 집행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차 사무총장은 “은퇴 유공원로체육인 지원 사업, 한국 청소년 체육상, 고령 은퇴체육인 건강복지 사업, 은퇴 원로체육인 워크숍, 은퇴체육인 체육대회, 은퇴 원로체육인 건강검진, 소식지 발간 등의 사업을 대부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했다. 또 “그동안의 사업내역이나 지출 현황, 계좌 등을 모두 제출했고, 자료도 보냈다. 그런데 모든 지침이 공문의 형태가 아니라 전화로 내려온다. 공문으로 일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국고를 지원받는 사업에 대한 정부의 감사 조건이 엄격해졌다. 복지기금을 지원하더라도 일정한 형식적 요건이 필요한 상황이다. 은퇴 체육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때문에 적당한 해법을 찾고 있다”고 해명했다.
글·사진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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