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지머리’ 김병지가 19일 은퇴를 발표했다. 김병지(오른쪽·당시 전남 드래곤즈)는 지난해 7월26일 전남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 출장해 자신의 700번째 출장 기록을 달성했다. 광양/연합뉴스
‘기록의 사나이’ ‘꽁지머리’ 김병지(46)가 현역 은퇴선언을 했다.
김병지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선수로서 오롯이 보낸 35여년을 이제는 추억으로 저장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와 갈채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프로축구 K리그 최다 출장 기록(706경기)를 보유한 김병지는 1992년 현대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에 데뷔한 이래 각종 기록을 새로 쓴 기록 제조기였다. 올스타전 최다 출전(16회), FA컵 최다 출전(38경기), 프로축구 최고령 출전(45년 5개월 15일), 프로축구 골키퍼 최다 득점(3골), 골키퍼 최초 필드골(1998년), 골키퍼 최초 페널티킥 골(2000년), 프로축구 최다 무실점 경기(229경기), 프로축구 최다 연속경기 무교체 출장(153경기) 등은 김병지의 역사를 웅변한다. 1995년부터는 국가대표 골키퍼로 용수철 같은 탄력과 강한 쇼맨십, 킥력으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02년 월드컵에서는 문지기 경쟁에서 이운재에 밀려 벤치를 지켰지만, 이후에도 쉼없는 자기 단련으로 K리그를 대표하는 간판 골키퍼의 위상을 잃지 않았다. 2008년 허리 수술로 선수 생활의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불굴의 재활의지로 강철 같은 몸을 만들며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지난해까지 전남에서 뛴 김병지는 올해는 팀을 찾지 못했다.
조광래 대구 FC 대표이사는 “김병지가 최고의 선수로서 은퇴를 할 수 있는 것은 축구와 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워낙 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김병지는 페이스북 마지막 부분에 “나 떠난다! 내 젊음이 머물었던 녹색그라운드! 내 청춘이 물든 곳! 사랑한다 K리그!”라며 팬들에게 안녕을 고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김병지의 페이스북 전문
그동안 고마웠다. 시간을 거슬러 잠시 생각을 되짚어 본다.
이 순간 내 머릿 속 파노라마들을 글로 풀어 내자니 그 길었던 시간 무수히 많은 기억들을 어찌 들려줄까..? 책이라도 쓸까? 연재를 해볼까? 싶다가, 근간 바쁜 일정 탓에 이도저도 말고 그저 맘 가는 대로 몇 자 적어 내 뜻을 전해 본다.
나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의 머리에 가슴에 고스란히 기억 되어 있을 내가 있으니...내 선수로서의 삶은 괜찮았다라고... 생각 하며. 게다가 나의 세 아들 또한 골문 앞의 아빠를 기억해 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가! 나는 진정 행복한 선수였다... 팬들이 만들어 준 수식어 또한 여러가지! 그 만큼 관심 받았다는 의미일것이다.
현재 내가 가져 가는 행복의 크기는 마음에 있는 것이라서 많이 깊고 크다. 이에 나를 기억하는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드린다.
실력이란 하루 아침 연마할 수 없듯이 경기력 또한 쉽게 노쇄하지 않지만, 나는 이즈음에서 또 다른 출발을 위해 마음의 정리를 공표할 명분이 생겼다.
다만, 진심으로 미안한 것은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인연들이 쉽지 않게 내민 손을 더는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오해를 만들 수도 있겠으나, 한 길 열심히 달려 왔으니 이 정도 외면이나 거절은 이해해주지 않을까...생각한다.
가끔은 나도 평범한 가정의 가장처럼 살고 플 때도 있고, 선수의 자격과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절제 된 시간들을 보내며 할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한 도전도 하고 싶다.
선수로서 오롯이 보낸 35여년을 이제는 추억으로 저장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와 갈채를 받으며 떠나고 싶다.
어쩌면! 이 순간 정작 내가 해야 할 말을 우회적인 표현 보다 콕 찔러 말해야 하는데 ^^
은퇴!! 맞다! 이제 은퇴한다!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일이다.
너무나 긴 시간 선수로 지내왔기에 익숙하지 않다.그 간 여기저기 많은 분들께 수도 없이 받아 왔던 질문에 대해 이렇게 일단락 지어 본다.
듣고 싶었던 답이였을지...아쉬움을 주는 답이였을지 알 수 없지만,어쨌든 나는 내소신대로 간다
이미 마음에서의 은퇴는 2008년 허리수술을 하면서부터였다.
수술을 집도하신 선생님께서 이미 내 아내에게 선수로서의 포기와 마음의 정리를 시켰고,사실을 감추지 못한 아내는 재활에 안간힘을 쓰던 내게 털어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러나 좌절을 좌절로 받아 들이지 않고 종전 보다 더 의지와 체력을 다지니 또 다시 열렸던 선수의 길.
그렇다! 무엇을 하든 어떤 조건에 놓이든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넘지 못할 것이 없음을 또 다시 깨닫게 되고,
덤으로 온 지금 나는 내리막이 아닌 새로운 오르막 길 위에서 기쁜 마음으로 외친다!
나 떠난다!
내 젊음이 머물었던 녹색그라운드!
내 청춘이 물든 곳!
사랑한다 K리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