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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심리학자가 본 안창림의 좌절

등록 2016-08-09 11:42수정 2016-08-09 15:03

‘재정의의 가설’ 챔피언 후보 심리적 부담
무명선수 돌풍, 얼토당토 않은 결과 나와
결과에 신경쓰지 않고 과정에 몰입 중요

안창림이 9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2에서 열린 남자 유도 73kg급 16강전에서 벨기에의 디르크 판 티츨레에게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안창림이 9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2에서 열린 남자 유도 73kg급 16강전에서 벨기에의 디르크 판 티츨레에게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유도 세계 랭킹 1위 안창림(22)은 왜 꺾였을까? 그것도 16강 상대는 세계 18위인 벨기에의 디르크 판 티첼트. 랭킹 격차가 있었지만, 안창림은 2분여 만에 절반으로 패했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은 안창림 실패의 요인 중 하나로 ‘재정의의 가설’을 조심스레 들었다. 재정의의 가설이란 선수가 팬이나 언론의 지나친 기대를 받았을 때, 그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는 순간 급격히 무너지는 현상을 뜻한다. 랭킹이 낮거나 언론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는 선수는 오히려 경기 집중력이 높아지지만, ‘챔피언 후보’ ‘금메달 유력’ 등의 수식어를 듣는 선수는 스스로 ‘챔피언이 돼야 한다’는 중압감에 휩싸일 수 있다. 또 ‘나는 챔피언’이라는 식으로 자기 확신을 반복하는 것이 경기력에 도움을 줄 때도 있다. 하지만 실전에서 상대를 만났을 때 경기 과정에 몰입하지 못하고, 자칫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하는 등 자기 기대가 무너졌을 때는 급격히 흔들린다고 한다.

김병준 교수는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우는 이기고 지는 결과에는 신경쓰지 않고 다부지게 달라붙는 것이다. 이런 선수들은 경기 과정에 몰입하게 되는 반면 기대를 집중적으로 받은 선수들은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방해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우승 후보 브라질이 4강전에서 독일에 1-7로 대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유명 선수가 국내 대회에서 어이없게 무명 선수에게 지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랭킹이 뒤지는 선수가 유리하다. 결과를 내려 놓고 덤비기 때문에 무섭다. 반대로 안방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받거나 챔피언이라고 미리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기대가 무너지면 얼토당토않게 질 수가 있다”고 했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안창림의 체중조절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1회전(32강) 경기에서 한판승으로 쉽게 경기를 이겨 몸을 충분히 데우지 못한 점도 2회전 실패의 먼 원인으로 지목된다. 애초 선수들의 실력 차가 적은 올림픽 무대에서 국제대회 참가에 따른 포인트로 측정하는 세계 랭킹에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순간 방심하면 4년 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올림픽 무대는 근본적으로 선수들에게는 잔인하다. 심리가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 김 교수는 “언론의 관심이 지나칠 경우에 선수들한테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스마트 폰이 발달한 시대에서 선수들은 뉴스를 즉각적으로 접한다. 다수가 기대감을 보일 경우 선수는 자신을 재정의 할 수 있다. 그게 부담으로 작용하면 치명적”이라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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