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FC서울 감독이 지난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산둥 루넝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승리 뒤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황선홍 FC서울 감독)
“마음껏 해보라고 자유를 준다.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데얀)
K리그 5연승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승리 등 최근 FC서울의 6연승 상승세를 설명해주는 열쇠는 황 감독과 데얀의 코멘트에 있다. 둘은 24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산둥 루넝전 승리(3-1) 기자회견에서 감독과 선수 간의 신뢰를 이렇게 표현했다. “팬들이 납득하는 축구”를 원하는 황 감독은 공이 밖으로 흘러나오면 쉴 새 없이 안으로 올리며 공격적인 축구를 펼쳤다. 외국인 선수 데얀은 투혼을 발휘하며 뛰었다. 35살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두터운 산둥의 방벽도 데얀과 부활한 박주영, 아드리아노 등 아데박 트리오의 파괴력에 구멍이 났다.
6월말 부임한 황 감독은 2개월 만에 선수단을 장악했다. 하재훈 프로축구연맹 감독관은 “부드러운 리더십과 전진 축구로 내용에서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팀 운영 환경도 좋다. K리그 구단 가운데 서울은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한다. 골대 뒤에서 서울 선수를 응원하는 서포터스 수호신의 열기는 선수들을 더 열심히 뛰게 만드는 요인이다. 특급 외국인 선수를 비롯해 가용할 수 있는 우수 자원이 많은 것도 황 감독의 전술 운용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황 감독이 기본적으로 기술축구를 지향하고, 팀 운영에서는 자율성을 주면서도 선수들한테 끌려가지 않는다. 여기에 축구단 행정에서도 가장 앞서 있는 서울 구단의 합리적인 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황 감독이 자신이 생각하는 축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라치아노 펠레나 왈테르 몬티요 등 거액을 들여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산둥과의 기세 싸움에서도 서울 선수들은 밀리지 않았다.
연승으로 팀을 궤도에 올린 황 감독은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라며 조심스럽다. 하지만 28일 저녁 7시 안방에서 벌이는 선두(승점 59) 전북 현대와의 경기는 욕심이 난다. 이기면 서울은 승점 52로 선두 추격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국내 최강팀을 겨루는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이 대표급 선수들로 꽉 차 있고, 데얀이 경고 누적으로 나설 수 없는 것은 변수다. 하지만 현재 서울 상승세가 가파른 것도 사실이다. 비신사적 행위로 중징계를 받았던 아드리아노가 산둥전에서 득점 감각을 찾기 시작했고, 박주영은 늦더위에 펄펄 날고 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전북을 상대로 비길 수는 있으나 이길 수 있는 팀이 거의 없는 게 K리그 판도다. 하지만 황 감독의 축구가 완성도를 높여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북의 무패 행진이 멈출 확률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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