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레오나르도(10번)가 28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16 K리그 클래식 원정경기에서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김신욱(오른쪽) 등 동료들과 함께 하늘을 가리키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눈팔 수 없는 속도의 경연. 승패와 상관없이 팬들은 K리그의 명품구단이 만드는 축구의 묘미를 만끽했다.
28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대결. 더위가 한풀 꺾인 여름밤 경기장을 찾은 2만여 관중은 90분 내내 쉴 새 없이 이뤄지는 강대강 싸움에 본전 생각을 잊었다. 황선홍 감독의 서울은 최근 K리그 5연승의 상승세를 탄 2위. 이에 맞선 스타군단 전북은 27경기 연속 무패의 절대강호. 두 팀의 대결은 전북의 3-1 승리로 끝났지만, 안방팬들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박력이 넘치는 축구의 매력에 종료 휘슬에도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잊지 않았다.
무패독주 기록을 28경기로 늘린 전북(승점 62·17승11무)의 집중력이 지독히도 골운이 따르지 않은 서울(승점 49)의 투지를 꽉 누른 한판이었다. 시즌 맞전적은 전북의 3전3승. 사령탑 부임 뒤 두번째 대결에서는 승리를 별렀던 황선홍 감독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팬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고민하는 황선홍 감독은 전진패스를 통해 끊임없이 골문 앞으로 공을 투입하는 불굴의 전사를 원한다. 서울 선수들도 “감독의 믿음과 만들어나가는 축구가 재미있다”며 똘똘 뭉쳤다. 하지만 선제골을 어이없게 내주면서 허를 찔렸고,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슈팅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반면 최전방에 김신욱을 배치하고 측면에 로페즈와 레오나르도 등 초특급 외국인 선수를 포진시킨 전북은 전반 4분 서울 선수가 골문 앞에서 걷어낸다고 찬 공이 정윤호의 몸에 맞고 되튕겨 서울 골망을 흔들면서 기세를 탔다. 서울에는 불운의 골, 전북에는 행운의 골이었다.
전북은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재성의 그림 같은 킬 패스를 완숙한 컨트롤 능력으로 받아낸 레오나르도가 전반 27분 추가골로 연결했고, 레오나르도가 후반 14분에도 발리슛 쐐기골을 뽑으면서 대승을 일궈냈다. 특히 레오나르도가 후반에 수비수 최철순의 크로스를 발리슛으로 연결한 슈팅은 정확한 타이밍과 골망 상단 구석을 찌르는 총알 궤적으로 시즌 최고의 골 가운데 하나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서울은 안방 팬들을 위한 만회골을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하지만 아드리아노와 박주영, 윤일록 등 공격진의 슛은 조금씩 골대를 벗어났고, 세트피스 때 공격에 가담한 수비수 오스마르와 곽태휘의 위력적인 헤딩슛 역시 야속하게도 골문을 외면했다. 황선홍 감독은 공격진을 추가하면서 골문을 노렸지만 국내 최강의 중앙 수비 조합인 전북의 김형일 조성환의 벽을 넘지 못했다. 막판에는 전북의 골키퍼 권순태가 골문 안으로 향하는 유효슛을 차단해 서울 팬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서울은 후반 45분 박주영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아드리아노가 성공시키면서 뒤늦은 골맛을 봤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굉장히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해 너무 기쁘다. 오늘 경기가 리그의 분수령이었는데 선수들이 정신·육체적으로 끝까지 집중해줬다. (시즌 남은 10경기에서) 무패우승을 하고 싶지만 표현은 안 하겠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28일 전적 FC서울 1-3 전북 현대, 상주 상무 1-1 수원 삼성, 전남 드래곤즈 2-1 포항 스틸러스
27일 전적 울산 현대 1-1 광주FC, 수원FC 2-0 인천 유나이티드, 제주 유나이티드 1-0 성남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