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리디올라의 판정승?
10일(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의 리그 4라운드 경기는 맨시티의 2-1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이날 승패는 단순히 한 경기 결과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9억명이 중계를 본 것으로 추산된 이날 지역 라이벌팀의 더비 경기는 세계 최고의 사령탑을 자부하는 양 팀 감독의 지도력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결과는 조제 모리뉴(53) 맨유 감독보다 8년 어린 펩 과르디올라(45)의 판정승. 영국의 <비비시>는 “맨유는 기껏해야 2등이다. 스페셜 원(특별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모리뉴가 지난 3년간 데이비드 모예스나 루이스 판 할 감독 아래서 드러난 문제점을 직방으로 풀어줄 것으로 기대한 팬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듯한 것이었다. 맨시티가 맨유를 제 자리로 보냈다”고 썼다.
이날 경기에서 모리뉴는 스페셜 원이라기보다는 평범했다. 선수들은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다. 패스는 자주 끊겼고, 전진의 방법도 정교하지 못했다. 수비 실책으로 전반 15분 케빈 더 브라위너에게 선제골을 빼았겼고, 전반 36분에는 켈레치 이헤나초에게 뒷문이 뚫렸다.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시청을 위해 낮 12시30분에 시작된 경기가 40분이 되기 전에 2골 차로 흘러가자 모리뉴 맨유 감독의 얼굴은 납빛이 됐다.
반면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는 생명력과 역동성이 느껴졌고, 패스의 질과 효율성이 뛰어났다. 공을 잡으면 선수들은 가장 정확한 공간에 자리를 잡아 패스의 길과 속도가 확보됐다. 공격수 세르히오 아구에로와 수비의 중핵 뱅상 콩파니가 빠졌어도 대타로 나온 선수들은 활기차게 뛰어다녔다. 외신은 선수들의 멘털 측면에서는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이 확실하게 선수들의 마음을 다잡은 것 같다고 했다. 선수들의 뛴 거리에서도 차이가 났다. <비비시>는 맨유 선수들이 합쳐서 111.34㎞를 뛰었지만, 맨시티 선수들은 119.63㎞를 뛰었다고 전했다. 더 많이 뛰면서 상대방을 압박하고, 패스를 차단하면서 맨유 공격을 최전방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머리에 집중되도록 단순화시켰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모리뉴 맨유 감독은 “선수들이 내가 하지 말라고 하는 짓만 했다. 전반 20분이 되기 전에 선수를 잘못 기용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때 바꿀 수도 있었지만 참았다”고 했다. 후반전이 시작되기 전에 도르트문트에서 영입한 헨리크 미키타리안과 제시 린가르드를 뺀 것은 본인의 실수를 인정한 것이다. 모리뉴 감독은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의 짧은 패스는 상대가 좋아하는 압박에 끊기기 쉬우므로 절대 하지 말라고 강조했는데 전반에 20번이나 나왔다”며 매우 불쾌해 했다. 또 “일부 선수들이 경기의 부담감에 잘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역대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한 폴 포그바는 기대에 못 미쳤다.
상대적으로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모리뉴와 마찬가지로 부임 첫 시즌이지만, 선수단을 장악한 것처럼 보였다. 새로운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가 전반 42분 공처리 실수로 이브라히모비치에게 한 골을 허용했고, 후반에서도 패스를 위해 공을 간수하다가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골키퍼는 최후의 수비수라는 개념으로 골지역에서 벗어난 활동력을 인정하고, 롱볼보다는 패스를 통해 공격 작업을 시도하기 바라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철학이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브라보 골키퍼의 실점 장면은 실수가 아니다”라며 브라보를 두둔했다.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이론은 나오지 않았다.
모리뉴 감독은 이날 경기 시작 전 그라운드에 입장하면서 과르디올라 감독에 다가가 포옹을 했다. 이날 경기 뒤 인터뷰에서는 두 감독 사이의 자존심 싸움보다는 전술 관련 질문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모리뉴 감독은 팀 분위기나 기세, 전술 응용이나 팀 응집력 등 공격력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후배인 과르디올라 감독한테 뒤지는 모습을 보였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앨릭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모리뉴의 든든한 후원자였지만 표정이 밝지 않았다. 주심의 판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도 모리뉴 감독한테 유리해보이지 않는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