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회에서 발언 중인 아야톨라 모하마드 야지디. AP=연합뉴스
강경보수파 아야톨라 야지디 “최악의 경우는 이란이 골 넣었을 때”
한국과 이란의 월드컵 최종예선전이 공교롭게도이란의 종교적 추모일에 열리게 된 가운데, 이란의 보수파 종교지도자가 "차라리 경기에 참가하지 말고 몰수패를 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보수파 성직자이자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의장인 아야톨라 모하마드 야지디가 공개 서한을 통해 이란 대표팀에게 오는 11일 테헤란에서 열릴 예정인 한국 대표팀과의 게임에서 몰수패를 당해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만약 게임을 포기하면 규정에 따라 0-3 몰수패가 된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것은 경기가 열리는 날이 이슬람 시아파의 추모일인 '타슈아'와 같은 날이기 때문이다.
타슈아는 시아파에서 가장 중요한 이맘(예언자 무함마드의 직계 후손으로 시아파의 종교적 지도자)인 후세인, 그리고 그와 함께 전사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 압바스 이븐 알리를 추모하는 날이다.
이튿날인 12일 역시 서기 680년 이맘 후세인이 수니파 우마이야 왕조에 카르발라 전투에서 패하고 비참하게 살해된 사건을 추모하는 날이다.
이맘 후세인을 살해한 전사는 한국팀 응원단 붉은악마가 입는 응원복과 같은 색인 붉은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란 축구연맹은 경기를 하루 당겨 10일에 치르게 해달라고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요청했지만 일정을 바꾸면 한국팀이 이전 경기와의 간격이 가까워져 불리해진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이에 한국 주재 이란 대사관은 한국 팬들에게 경기장에서 어두운 색의 옷을 입고 과한 응원이나 음악의 사용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야톨라 야지디는 서한에서 "최악의 경우는 이란이 골을 넣었을 때"라며 "이 경우 누가 이란 사람들이 기쁨에 점프를 하지 않겠다고 보장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승리했을 때 이에 대한 축하가 알라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며 "신성함이 손상되는 것보다 경기를 하지 않아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치르는 게 낫다"고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회 부의장인 알리 모타하리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란이 골을 넣어서 사람들이 기뻐하면 이게 이맘 후세인의 순교에 대해 기뻐하는 것인가"라며 "성직자의 의무는 시류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손발을 묶는 미신적인 관습과 싸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이란 시민들로부터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란 선수가 골을 넣고 무릎 꿇고 울고 있는 장면과 검은 옷을 입은 군중들이 리듬에 맞춰 자신의 가슴을 치며 기도를 읊조리는 장면을 붙여 만든 한 시민의 패러디 영상물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최종예선 A조에 속한 한국과 이란은 현재 같은 승점을 기록하며 1위를 다투고 있다.
두 팀 모두 2승 1무로 승점 7점을 얻었다.
현재 골 득실 +3의 이란이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골 득실 +2의 한국는 2위에 올라있다.
월드컵 예선전이 열릴 예정인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은 한국 팀에게는 악몽의 장소다.
한국은 이곳에서 지난 1974년 이후 42년 동안 2무4패를 기록하며 절대적인 열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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