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아자디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4차전에서 김신욱이 공을 달라고 손짓하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슈틸리케호가 아자디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0-1로 졌다. 2승1무1패가 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3승1패)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앉았다. 이란이 선두(3승1무). 한국은 아자디 원정에서 2무5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역대 맞전적도 9승7무13패가 됐다. 한국이 아시아 팀에 패배한 것은 지난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결승에서 호주에 1-2로 패배한 뒤 21개월만이다.
한국 선수들은 이란에 전체적으로 압도당했다. 8만 홈 관중의 응원을 업은 이란은 두텁게 수비를 서면서도 뛰어난 개인기와 제공권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한국은 잔 패스로 전진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이란의 수비벽이 워낙 탄탄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한국은 전반 25분 이란의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의 감각적인 슈팅에 실점하면서 끌려갔다. 아즈문은 측면에서 올라온 낮고 빠른 공을 아크 부근에서 한국의 수비수에 앞서 발을 갖다 대 꺾으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수비에 중심을 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내세운 한국은 기습골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란 진영을 파고들려는 시도를 했지만 체력적으로 훨씬 앞선 이란 선수들이 공간을 장악하면서 자주 공격의 흐름이 끊겼다. 최전방의 지동원과 측면 공격수 손흥민도 변변한 슈팅 기회를 잡지 못했다. 골대 안을 향한 유효슈팅도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들어 오른쪽 수비수 장현수를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왼쪽 풀백에 홍철을 투입하면서 변화를 주었다. 하지만 중앙 패스가 최전방까지 연결되지 못했고, 특히 이란의 벌칙구역 안으로 투입되는 공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개인기에 바탕한 이란의 역공이 더 날카로웠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0분 김신욱을 통한 고공 플레이로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이번에는 호흡 불일치로 유효타를 날리지 못했다. 김신욱이 머리를 통해 공을 땅에 떨어뜨리면 이란 선수들이 많이 채갔다. 막판에는 프리킥 기회마저 부정확한 킥으로 놓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6일 카타르와의 안방 경기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 게 독이 됐다. 한국은 다음달 15일 우즈베키스탄과 안방 5차전을 벌인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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