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운명의 일전을 치른다. 상대는 한국과의 악연 때문에 늘 복수의 칼을 가는 우즈베키스탄. 역대 전적에서는 압도적 우위(9승3무1패)를 자랑하지만 독기를 품은 우즈베키스탄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피파(FIFA) 순위도 48위로, 한국(44위)과 큰 차이가 없다.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밤 8시(JTBC 중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 배수진을 쳤다. 패배할 경우 감독은 물론 기술위원회가 동반 사퇴를 예고했다. 10경기 중 반환점을 도는 다섯번째 경기에 올인하는 이유는 월드컵 본선 행로의 최대 고비이기 때문이다. 조 3위 한국은 2승1무1패(7점)로 우즈벡(3승1패·9점)에 질 경우 승점차가 5점으로 벌어진다. 남은 경기에서 격차를 해소하면 좋겠지만, 새 지휘부 구성에 따르게 될 혼란과 선수단 재정비 등 엄청난 악재를 떠안아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기기 위해서는 수비부터 튼실하게 해야 한다. 아시아 2차 예선까지 무실점 행진을 벌였던 슈틸리케호는 최종 3차 예선 4경기(6득점·5실점)에서 보듯 실점률이 높다. 명지대 기록분석실의 신문선 연구팀은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4경기 4득점·1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4골이 모두 후반전에 터진 만큼 막판까지 한국은 집중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장현수나 홍정호, 곽태휘 등 중앙 수비뿐 아니라 좌우 측면의 박주호나 최철순 등의 유기적인 수비 협력을 주문하고 있다. 좌우 풀백이 전방으로 침투했을 때는 정우영과 기성용 등 수비형 미드필더가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최전방에는 이정협이 선발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인 능력보다는 손흥민, 이재성, 남태희 등 공격형 미드필더와의 협력 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황희찬은 훈련 도중 왼쪽 허벅지 근육을 다쳐 출전하지 못한다.
우즈베키스탄은 2013년 서울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때 자책골로 한국에 0-1로 패한 아픔이 있다. 이어 한국이 울산에서 열린 마지막 8차전 이란과의 경기에서 이겼다면 사상 첫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졸전 끝에 이란에 0-1로 지면서 월드컵 본선행이 좌절된 바 있다. 당시 한국을 응원했던 우즈베키스탄은 이후 한국과 국제무대에서 만나면 격렬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문선 교수는 “우즈베키스탄은 원정경기이고 한국이 드세게 공격할 것이기에 ‘선 수비, 후 역습’의 경기 패턴을 준비할 것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제파로프는 경험이 많고, 측면 공격수 슈무로도프와 라시도프, 중앙 공격수 세르게에프는 스피드가 좋고 몸싸움을 즐기는 선수들이다. 최종예선 4골 가운데 2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온 만큼 코너킥이나 프리킥 때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