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성남FC와 비겨 1부 승격을 이뤄낸 강원FC의 최윤겸 감독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1부와 2부 팀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 강원FC의 선수는 눈물을 글썽였고, 성남FC선수들은 괴로운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양 팀 팬들도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강등 팀한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승격한 팀한테는 이보다 더 짜릿한 순간은 없어 보였다.
프로축구 강원FC가 20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6 케이(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성남FC와의 원정 경기에서 전반 43분 한석종의 골로 1-1로 비겼다. 강원은 17일 1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고, 이날 비겼어도 원정골 우선 원칙에 따라 1부로 승격했다. 강원은 2013년 K리그 클래식 12위로 강등된 이후 4년 만에 1부 리그에서 뛰게 됐다. 반면 K리그 통산 7회 우승의 명가 성남은 처음으로 2부 하락의 쓴맛을 봤다.
강원의 힘은 최윤겸 지도자로부터 나온다. 2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최 감독은 올 시즌 K리그 챌린지(2부)를 4위(21승9무12패)로 마치고 챌린지 5위 부산 아이파크와 3위 부천 FC와의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뒤, 이날 대망의 승격전 마지막 경기에서 1부 진입의 기쁨을 이뤄냈다. 최윤겸 감독은 과거 전북 현대에서 뛰던 특급 공격수 루이스를 올여름 영입했고, 마라냥과 박희도 등 우수 선수도 데려왔다. 가족적인 팀 분위기를 만들어 선수들이 감독 아래서 똘똘 뭉쳤다. 프로야구 넥센의 단장이었다가 올해 초 부임한 조태룡 대표이사 등 집행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강원이 1부에 안착하게 된 배경이다.
강원은 이날 전반 43분 한석종의 기가 막힌 골로 승격을 예감했다. 아크 옆쪽에서 허범산이 골지역 정면으로 올려준 공중볼이 땅으로 떨어지며 튕기는 순간 오른발 슛으로 성남의 골망을 갈랐다. 성남은 초반부터 강하게 강원을 압박했지만 이렇다 할 결정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최전방의 황의조와 김현을 활용한 공격도 강원의 완강한 저항에 부닥쳤다. 성남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두현을 교체로 투입하고, 황진성까지 가세해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결국 후반 33분 황진성의 절묘한 왼발 프리킥으로 따라붙는 데 성공했다. 원정골 우선 원칙에 따라 추가골을 뽑아 2-1을 만들어야 잔류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집요한 공격에도 강원이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쳐 돌파구를 열지 못했고, 후반 43분 수비형 미드필더 안상현이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에까지 놓였다. 사력을 다한 막판 추가시간 5분의 맹공도 통하지 않았다.
이날 결과로 2013년 시작된 1·2부 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는 모두 2부 리그 팀들이 이겨 승격을 했다. 2013년 상주, 2014년 광주, 지난 시즌 수원FC 등 2부 팀들이 연달아 1부 잔류를 노린 팀들을 제압했다. 최윤겸 강원 감독의 아들은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민호인데, 그는 “아버지 팀의 서포터스석에서 함께 응원하고 싶다”는 포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최 감독은 “경기 내용보다 결과가 필요했다. 선수들과의 약속을 지킨 것 같아 기분이 좋고 클래식을 향한 염원을 이뤄내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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