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염기훈이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 FC서울과의 경기에서 후반 결승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후반 13분 상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염기훈. 수원이나 서울 선수들 모두 염기훈이 크로스를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염기훈은 서울의 유현 골키퍼와 왼쪽 골대 사이의 빈 곳을 노린 뒤 길게 포물선을 그렸다. 허를 찔린 유현 골키퍼가 급하게 다이빙하며 공을 봉쇄하려 했지만, 정확하게 골대 앞에서 튕긴 공은 유현 골키퍼의 손바닥을 살짝 스친 뒤 골망으로 향했다. ‘왼발의 달인’ 염기훈의 환상적인 ‘한 방’으로 승패는 갈렸다.
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수원 삼성이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하나은행 축구협회(FA)컵 결승 1차전 FC서울과의 대결에서 염기훈의 기습 왼발 슛으로 2-1로 승리했다. 33살 염기훈의 원숙미가 빛난 한판이었다. 2차전은 다음달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정규리그 7위 수원이 더 열심히 뛰었고, 더 경기를 잘 했다. 동기부여부터 달랐다. 수원은 우승하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티켓을 잡는다. 반면 정규 1위 서울은 이미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됐다. 정규와 축구협회컵 우승의 ‘더블’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수원의 챔피언스리그 진출 열망이 더 뜨거웠다.
수원 선수들의 빠르고 투쟁적인 움직임은 전반 15분 조나단의 선제골로 결실을 보았다. 염기훈이 측면에서 왼발로 올린 짧은 거리의 코너킥은 이상호의 머리를 거쳐 오른쪽 골대 앞으로 맞춤하게 떨어졌고, 기다리던 조나단은 엉거주춤 달려 나온 유현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바운드시키며 균형을 깼다. 수원은 이후에도 몸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권창훈의 속도감 있는 미드필드 공 전개와 이상호의 감각적인 슈팅으로 서울을 지속적으로 위협했다.
데얀을 최전방에 세운 서울은 후반 4분 주세종의 동점골로 반격을 시작했다. 데얀의 슈팅이 골키퍼에 맞고 나온 것을 주세종이 땅에 깔리는 강력한 중거리포로 연결하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의 흐름도 서울 쪽으로 변하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13분 염기훈이 왼쪽 측면에서 쏜 30여m 골로 서울의 반등은 금세 멎었다. 골문 한쪽을 비워뒀다가 일격을 당한 서울의 골키퍼 유현은 골을 허용하자 한 동안 일어서지도 못했다. 수원은 후반 41분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서울의 아드리아노가 예전 같지 않은 몸놀림으로 골키퍼 앞에서 무너지면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경기 종료 뒤 그라운드에 쓰러진 염기훈은 가쁜 숨을 내쉬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축구협회컵 1차전
수원 삼성 2-1 FC서울
△득점 조나탄(전15분) 염기훈(후13분·이상 수원) 주세종(후4분·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