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 선수들이 지난 25일(현지시각) 프라이부르크와의 경기에서 3-1로 달아나는 골이 터지자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EPA 연합뉴스
분데스리가에선 이번 시즌 승격한 라이프치히가 화제다. 주말마다 열리는 스포츠 쇼 프로그램은 라이프치히 이야기로 가득하다. 랄프 하젠휘틀 감독은 주말 스포츠 뉴스에 단골 출연하는 등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라이프치히는 2009년 스포츠음료 회사 레드불이 5부 리그팀을 인수해 7년여 만에 1부로 올린 신흥 강호다. 지난 시즌 2부 리그에서 프라이부르크와 함께 1부로 승격했다. 당시 승격할 때 프라이부르크는 승점이 5점 앞선 1위였고, 3월 맞대결에서는 2-1로 라이프치히를 이겼다. 그러나 지난 주말 열린 1부리그 맞대결에서 라이프치히는 4-1로 프라이부르크를 대파했다. 8개월 새 현격한 격차로 팀 전력을 역전시켰다. 30일 현재(한국시간) 9승3무(승점 30)로 전통의 강호 바이에른 뮌헨(승점 27)을 따돌리고 선두 신바람을 내고 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레스터 시티가 1884년 창단 이후 첫 우승의 기적을 이뤘듯이,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도 동화 같은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라이프치히의 강세는 모기업의 자금력에 크게 의존한다. 모기업인 레드불은 라이프치히 재창단 이래 지갑을 열며 젊은 선수를 영입해왔다. 이번 시즌을 대비해 선수 영입에 쓴 돈은 5000만유로 안팎이다. 도르트문트나 바이에른 뮌헨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최고의 젊은 선수들에 대한 특화된 투자도 특징이다. 레드불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와 뉴욕 레드불스(미국) 등 여러 나라에 창단한 레드불 축구단은 우수 선수를 공급하는 수원지다. 2015년의 경우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5명의 선수가 이적해 오면서 라이프치히의 전력은 크게 강화됐다. 2008년 영입한 주장 마르빈 콤퍼(31)는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중앙수비수이지만, 티모 베르너나 나비 케이타, 올리버 버크, 유수프 포울센, 다비 젤케, 에밀 포르스베리 등 주전 대부분은 20대 초반이다.
물론 라이프치히가 축구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다. 근본 없는 팀이 돈으로 선수를 사 1부로 올라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전통을 중시하는 독일 사회의 일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라이프치히는 레드불이 음료수를 팔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었을 뿐”이라며 시샘 어린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많이 뛰고, 압박하고, 템포와 공격을 앞세운 축구를 하면서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팀 선수 평균 나이는 유럽의 톱 5 빅리그 가운데 툴루즈, 니스, 레버쿠젠에 이어 네번째로 낮은 수준이어서 힘이 넘친다. 경기당 평균 이동거리도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슈투트가르트에서 17살4개월에 1부 리그 데뷔를 한 티모 베르너는 라이프치히로 건너오면서 족쇄가 풀린 듯 시즌 7골로 펄펄 날고 있다.
2부 리그 팀을 1부로 승격시킨 레드불의 스포츠 디렉터인 랄프 랑니크(58)의 힘도 컸다. 랑니크는 지난 시즌 라이프치히의 사령탑으로 1부 승격을 일궈낸 뒤, 시즌 전 하젠휘틀 감독을 영입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과거 호펜하임이 3부에서 1부로 진출하는 데도 랑니크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랑니크는 젊은 선수를 발굴하고, 아주 어린 유소년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갖추도록 했다. 라이프치히 유스 아카데미는 규모나 시설 면에서 분데스리가 최고의 수준이다.
랑니크는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가능했던 젤케를 지난 시즌 2부 리그로 데려오면서 그의 혜안은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오스트피아의 레드불 잘츠부르크에는 한국의 국가대표 황희찬(20)이 뛰고 있는데, 분데스리가로 진출을 할 경우 라이프치히가 하나의 통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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