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김보경(13번)이 11일 일본 오사카의 스이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첫 경기에서 클럽 아메리카(멕시코)를 맞아 선제골을 넣은 뒤 이재성(17번)과 함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세리머니를 흉내 내고 있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전북 현대가 클럽월드컵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레알 마드리드와의 꿈의 대결도 무산됐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11일 오후 일본 오사카 스이타 경기장에서 열린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의 2016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6강전에서 김보경의 전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1-2로 역전패했다. 전북은 이어진 경기에서 일본 J리그 챔피언 가시마 앤틀러스에 0-2로 진 마멜로디 선다운스(남아공)와 14일 오후 4시30분 5~6위전을 벌이게 됐다. 반면 클럽 아메리카는 15일 저녁 7시30분 유럽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겠다는 의욕을 보인 전북의 꿈은 무산됐다.
2016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전북도 강했지만, 북중미 클럽 챔피언인 클럽 아메리카가 더 예리했다. 전북 선수들이 상대보다 반발짝 더 뛰고, 협력 수비로 공을 빼앗으며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클럽 아메리카의 ‘한방’이 더 날카로웠다. 2006년 클럽월드컵 6강에서 클럽 아메리카에 0-1로 졌던 아픔을 설욕하는 데도 실패했다.
최강희 감독은 주전 골키퍼 권순태와 골잡이 로페스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자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임종은과 신형민, 최철순을 최후방에 배치하고 중원의 박원재와 김보경, 정혁, 이재성, 김창수를 수시로 수비에 가담시켰다. 최전방에는 김신욱과 에두의 투톱을 세웠다. 이에 맞선 클럽 아메리카는 시차로 인한 어려움에도 남미 특유의 개인기와 속도를 무기로 강하게 몰아쳤다.
균형은 전반 23분 김보경의 선제골로 깨졌다. 왼쪽 측면의 박원재가 상대 배후로 파고들면서 김신욱의 패스를 받은 뒤, 벌칙구역 왼쪽 선 위에서 골문 앞으로 크로스를 했다. 그 순간 골지역 정면의 김보경이 공을 세우지 않은 논스톱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를 탄 전북은 김신욱의 드리블에 이은 중거리슛, 김보경의 자신감 넘치는 슈팅과 이재성의 넓은 시야로 클럽 아메리카를 밀어붙였다.
북중미 클럽챔피언에 7차례 오른 클럽 아메리카는 단순한 팀이 아니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공격진 두 명을 투입하면서 공세를 강화했고, 실제 후반 13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투입된 아로요가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중앙으로 올라오자 파고들던 로메로가 머리로 받아 넣었다. 이때까지 잘 막아주던 전북의 골키퍼 홍정남이 넘어지며 손을 댔지만, 공은 야속하게 골대 안으로 흘렀다.
동점골을 허용한 최강희 감독은 반전을 위해 변화를 주었다. 아껴두었던 레오나르도를 투입했고, 수비에 집중하던 최철순도 적극적으로 앞선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추가골은 클럽 아메리카의 몫이었다. 후반 28분부터 파상적인 침투로 코너킥을 만들어낸 클럽 아메리카는, 아로요가 찬 공을 역시 로메로가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연결해 승부를 뒤집었다. 상대 선수가 찬 공이 워낙 강했고, 김신욱 등을 맞으면서 굴절돼 골키퍼가 막아낼 수가 없었다.
최강희 감독은 마지막 카드로 에두 대신 이동국을 보강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타깃맨 김신욱의 머리를 통한 공 배급과 김보경의 빠른 침투로 골문 가까이 접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촘촘하게 얽혀 있는 상대 진영을 뚫지는 못했다. 특히 후반 44분 김보경이 김신욱의 헤딩 패스를 받아 찬 회심의 왼발 중거리슛이 옆 그물을 때려 아쉬움을 남겼다.
최강희 감독은 “상대가 잘했지만, 실점을 안 해도 되는 장면에서 집중력이 떨어져 실점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시즌 뒤에도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역대 K리그에서는 전북을 비롯해 울산, 포항 스틸러스, 성남 일화 등이 이 대회에 나섰는데, 2009년 포항이 기록한 3위가 최고 성적이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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