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 가능합니까?” (최윤겸 감독)
“그럼, 계약합니다.” (조태룡 대표이사)
프로축구 강원FC가 축구판의 기존 관념을 깨고 있다. 이근호, 오범석, 김경중, 김승용 등 청소년 시절 날았던 선수들은 최근 3~4일 새 강원 유니폼을 입었다. 주변에서는 “시도민 구단에 무슨 돈이 있길래?”라는 의혹을 던진다. 심지어 감독조차 “우리 구단이 이 선수 영입할 여력이 됩니까?”라고 묻는다. 그때마다 조태룡(52) 대표는 “돈이 전부가 아니다. 발상을 전환하자”고 한다. 미리 한계를 정하지 말자는 뜻이다.
그는 “프로축구는 바닥이다. 더는 떨어질 데도 없다. 여기서 못할 것이 무어냐?”고 묻는다. 프로축구를 보는 시각부터 다르다. 올해 초 강원에 부임하기 전 그는 프로야구 넥센의 단장이었다. 모기업이 없는 넥센에 자립기반은 가장 큰 과제였다. 홈 경기가 열리는 날 그는 귀빈석에 앉지 않았다. “야구 볼 시간 없다. 그 시간에 영업 뛴다.” 이런 식으로 이장석 사장과 호흡을 맞추며 넥센에 100여개의 스폰서를 안겼고, 강정호나 박병호 등 메이저리거를 배출했다.
무대만 축구로 바뀌었을 뿐이다. 조 대표는 “시장에 나온 선수 가운데 후보를 올리면, 최윤겸 감독이 내년 시즌 구상에 따라 영입 선수를 낙점한다. 우리의 목표는 K리그 클래식 3위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 감독과의 호흡은 “99%” 맞는다. 이근호와 오범석, 김승용 등은 공격과 수비의 안정, 신구의 조화를 위해 영입한 고참급 30대. 반면 김경중과 대부분 20대인 선수들은 미래를 대비한 투자다. 조 대표는 “선수 수요와 공급에 엇박자가 나는 곳에 알토란 같은 선수들이 있다. 편견이나 운대가 맞지 않아 밀린 선수들은 의욕도 강하다. 적정선에서 계약한다”고 했다.
폭풍 영입 등 과감한 투자는 축구 부활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는 “한국 축구는 아시아 최고 수준이지만 방송 중계는 그렇지 못하다. 연간 40경기의 완성 콘텐츠는 카메라 몇 대만 더 갖다 놓아도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사례를 들었다. 실제 올해 강원FC는 방송국과 협력해 13차례 자체 중계를 했다. 조 대표는 “운동장에 1~2대의 카메라가 아니라 10대를 배치하면 비용이 커진다. 하지만 수십억 이상의 예산을 쓰는 프로구단이 중계를 위해 편당 1천만원 이상 쓰는 것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강원도와 지역 기업 등의 후원만으로는 부족하다. 넥센 시절의 영업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하지만 후원금이나 입장수입, 초상권이 전부가 아니다. 조 대표는 “강원도민이나 강원도 출신 축구팬들을 합치면 연간 1만원 후원 계좌 300만개를 만들 수 있다. 수준 높은 경기로 팬들에게 기쁨을 주면 강원FC가 장차 안정적인 기반을 갖출 것”이라고 기대했다. 감독과의 관계에서도 균형은 필수. 그는 “프런트와 현장은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경영과 경기력은 함께 굴러가는 축의 양 바퀴”라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