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5일 요코하마 경기장에서 열린 클럽월드컵 4강전에서 남미 챔피언인 AT나시오날 선수들 사이로 드리블하고 있다. 요코하마/AP 연합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가 비디오 판독 시스템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호날두는 15일 밤 일본 요코하마 경기장에서 열린 2016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4강전 클럽 아메리카와의 경기 승리(2-0) 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아니다”라는 뜻을 밝혔다고 <에이피> 등 외신이 전했다. 호날두는 이날 경기 후반 추가시간 동료의 패스를 예측해 상대 배후를 파고든 뒤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쐐기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주심은 비디오 판독관한테 오프사이드 여부를 물었고, 이 때문에 경기는 잠시 중단됐다. 최종적으로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으로 판정돼 득점은 인정됐다. 호날두는 웃으며 경기장을 떠났지만 손으로 비디오의 네모를 그린 뒤 아니라는 듯이 팔을 젓는 등 비디오 판독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최우수선수로 뽑힌 레알 마드리드의 루카 모드리치도 혼란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비디오 판독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사실 선수들은 자세한 내용을 설명받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경기중 비디오 판독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내 축구에 집중하고 싶다. 비디오 판독에 대한 첫인상은 좋지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프로야구나 농구에서 비디오 판독은 일상화하고 있다. 그러나 피파가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한 비디오 판독은 일단 선수들한테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본적으로 비디오 판독 때는 경기를 일시 중단해야 하는데, 22명의 선수가 큰 경기장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며 기다려야 한다. 경기의 흐름도 끊겨 관전의 맛도 떨어질 수 있다. 비디오 판독관들이 보지 못하는 반칙이 나올 수도 있다.
14일 밤 J리그 챔피언 가시마 앤틀러스와 남미 챔피언인 AT나시오날과의 4강전에서도 비디오 판독이 나왔다. 이날 경기 전반 가시마의 공격 때 가시마 선수 한 명이 골지역으로 쇄도하면서 나시오날의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 반칙으로 여기지 않은 주심은 경기를 진행시켰으나, 비디오 분석팀이 주심에게 연락해 진행되던 경기는 멈춰야 했다. 주심이 터치라인 바깥에서 비디오 리플레이를 확인한 뒤 반칙으로 선언했고, 그때까지 위협적인 공격을 펴던 나시오날은 가시마에 페널티킥을 내주며 0-1로 끌려갔다. 만회골을 위해 후반 공세적으로 나선 나시오날은 2골을 추가로 빼앗겨 0-3 완패를 당했다. 과거의 방식대로 주심이 맨눈으로 경기를 진행했다면 페널티킥은 없었을 것이다.
감독들의 생각은 선수들과 달랐다.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우리는 새 시스템에 익숙해져야 한다. 개인적 의견으로는 비디오 판독이 약간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피파 기술진을 믿는다. 모든 것이 명확해지면 좋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레알 마드리드는 18일 가시마와 클럽월드컵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한편 K리그도 내년 7월까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피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판독의 결정 권한은 주심에게 주어진다. 주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비디오 부심이 제안하면 판독할 수 있다. 비디오 부심이 제안해도 주심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판독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클럽월드컵에서 나온 두 차례 비디오 판독은 일단 선수들한테 환영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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