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의 데얀(왼쪽 셋째)이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2017 K리그 클래식 슈퍼매치에서 헤딩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르다.
수원 삼성 선수들은 FC서울 선수들이 입장할 때 한 줄로 환영했다. 경쟁자한테 보내는 박수는 참신했다. 효과는 무엇일까. 서울과 수원 두 명문팀의 대결은 특별하다는 이미지를 준 것은 아닐까. 경쟁자이면서 프로 흥행의 동반자인 선수들은 ‘리스펙트’(존중)가 적힌 스티커를 주심의 팔뚝에 붙였다. 페어플레이와 팬을 위한 플레이의 약속이었다. 지난해 우승팀 서울과 축구협회컵 우승팀 수원의 대결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는 2017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공식 개막전. 흔히 슈퍼매치라는 두 팀의 대결은 시작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자존심이 걸린 팽팽한 대결. 붉은색 안방 팬들의 응원을 받은 서울 선수들의 각오도 매서웠지만, 푸른 물결로 원정응원 온 서포터의 함성을 짊어진 수원의 맞받아치기가 맹렬했다.
전반전은 단연 수원이 주도했다. 안정적인 스리백을 바탕으로 고승범, 장호익의 활동력 넘치는 좌우 윙백의 공격 가담이 인상적이었다. 수원의 고승범은 초반부 반대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서울의 골문을 위협했다. 좌우의 엔진 출력이 높아지자 염기훈과 조나탄, 김민우에게 열리는 기회가 많아졌다. 결국 전반 9분 골지역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김민우가 서울 수비수를 따돌린 채 몸을 돌려 찬 왼발슛으로 이른 시간 첫골이 터졌다. 사간 도스에서 이적해 온 김민우의 슈퍼매치 골이었다.
수원의 공격은 염기훈의 왼발 발리슛, 조나탄의 위력적인 슈팅 등으로 이어졌다. 서울의 포백은 심하게 흔들렸다. 전반이 끝난 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상대의 공격 빌드업이 되기 전에 미리 압박해 들어가는 작전이 잘됐다. 패스의 선을 끊어내는 것을 잘했다. 다만 골 기회에 추가골을 넣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후반전엔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황선홍 감독은 후반 시작부터 주세종과 이석현을 투입했다. 전반 수원에 추궁당한 이유를 미드필드 주도권 상실로 봤기 때문이다. 본디 서울은 지난 시즌까지 중원에서의 점유율과 패스로 경기를 관리하면서 득점로를 개척해왔다. 하지만 다카하기 요지로가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중원에서 공을 관리하거나 킬 패스를 넣어주는 능력이 떨어졌다. 황선홍 서울 감독이 주세종과 이석현을 투입한 것은 중원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의도는 적중했다. 전반과 달리 서울이 지속적으로 수원의 골문을 두드렸고, 후반 18분 수원에서 이적해 서울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상호가 3만여 안방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골문 혼전 중 흐른 공을 윤일록이 강하게 찼고, 골키퍼 앞의 이상호는 방향을 바꾸며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후에도 공격의 속도를 높인 서울은 이석현이 골 가로대를 맞히는 중거리슛을 터뜨렸고, 후반 30분 박주영까지 투입해 뒤집기를 노렸다. 하지만 1-1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전주 경기에서는 전북 현대가 전남 드래곤즈를 2-1로 꺾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이적해 온 김진수는 전반 39분 선제골을 터뜨려 K리그 데뷔전에서 첫 득점을 기록했고, 김신욱이 후반 추가시간 3분 천금같은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인천 경기에서는 올 시즌 강호로 꼽히는 제주 유나이티드가 마그노의 결승골로 인천 유나이티드를 1-0으로 제압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5일 전적>
FC서울 1-1 수원 삼성, 전북 현대 2-1 전남 드래곤즈, 인천 유나이티드 0-1 제주 유나이티드
<4일 전적>
울산 현대 2-1 포항 스틸러스, 광주FC 1-0 대구FC, 상무 상주 1-2 강원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