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왼쪽)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3일 밤 중국 창사 허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침통하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오른쪽은 중국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 창사/연합뉴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 했다. 23일 밤 중국 창사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은, 한국팀을 정확히 분석하고 준비를 잘한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이끄는 중국의 1-0 승리로 끝났다. 리피 감독은 중국 선수들이 조직적인 압박을 바탕으로 좋은 경기를 펼치도록 했다. 전임 가오훙보 감독보다 유기적인 패스를 중시했다.
슈틸리케호의 지난해 중국과의 홈 1차전(3-2 승리), 그리고 이번 2차전의 데이터를 비교·분석해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의 공점유율은 41%에서 44%로, 패스는 290개에서 392개로, 공격성공률 또한 50%에서 54%로 늘었다. 그에 비해 크로스는 9회에서 5회로 줄었으며 단 1회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프사이드는 1회에서 7회로 늘었다. 이것은 측면 윙백의 전진을 통한 크로스 중심의 전술에서, 공격기회를 낭비하지 않고 침투패스를 통한 공격을 시도하는 리피의 전술 변화를 설명한다. 즉 기본적인 공격패턴은 조직적인 압박 뒤 공격수의 침투를 노리는 공격적인 역습이었다.
리피 감독이 가장 준비를 잘한 부분은 역시 수비다. 중국의 변화된 압박에 슈틸리케는 제대로 된 대책이 없었다. 중국은 1차전과는 다른 수비 양상을 보였다. 데이터상으로 대인압박 빈도에서는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으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했다. 가오훙보 감독의 중국은 1차전 때 포지션 이탈을 통해서 효율적이지 못한 압박을 보여준 반면, 리피는 대인압박과 함께 패스를 받을 선수들에게 압박을 가하고록 했다. 순간적으로 4명이 한국의 공격수를 에워싸면서 공을 빼앗는 장면도 보여줬다. 그런 압박으로 인해 한국의 짧은 패스 비율이 1차전 20%에서 이번 경기에서 14%까지 떨어졌다. 그 영향으로 패스 성공률도 약 8% 낮아졌다. 패스성공률이 낮아진 한국은 제대로 된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것은 중국의 변화된 수비가 효율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공중볼 경합 성공률이 기존 35%에서 67%로 증가했고, 패스차단은 35회에서 41회로 증가했다.
리피 감독 전술의 핵은 10번 정쯔였다. 정쯔는 4-3-3의 중앙미드필더에 위치했다. 그리고 그의 위치 선정은 한국의 공격을 상당히 힘들게 했다. 특히 그는 수비 시 중앙수비수들 중앙, 혹은 옆에 위치했고 그로 인해 중국 수비는 5백의 형태를 보였다. 그는 수비적 위치 선정으로 한국 공격수가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커버했고, 한국은 중앙에서 제대로 된 공격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준비는 형편없었다. 이번에도 같은 포메이션과 같은 전술이었다. 물론 풀백이 바뀌고 중앙 미드필더가 한국영에서 고명진으로 바뀌긴 했으나, 전술적인 역할은 거의 동일했다. 역시 점유율을 가져가며 공격을 하는 전술이었다. 하지만 문제도 동일했다. 점유율을 가져가기 위해선 선수들의 간격을 좁히고 수비라인을 올려야 한다. 그 수비라인의 넓은 뒷공간은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팀의 아킬레스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약점을 막는 방법은 조직적인 전방 압박이다. 공의 소유가 넘어가자마자 수비를 위해 단순히 물러서는 것은 좋지 못한 방법이다. 오히려 적극적이고 조직적으로 압박을 가해 상대의 공 전개 속도를 늦춰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최종예선 6경기에선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으며, 이번 중국전은 더욱 심했다. 이전 5경기 평균 21회의 전방 압박을 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선 7회에 그치며 소극적인 전방압박을 보여줬다. 이것이 중국이 역습 상황에서 공 전진을 매끄럽게 이어갈 있었던 이유다.
단순한 공격패턴도 문제다. 한국은 측면공격에 이은 크로스 공격이 주 패턴이다. 또한 김신욱의 투입 이후는 김신욱의 헤딩 패스에 이은 2선 침투를 통해 공격을 풀어나간다. 득점 역시 그 두 패턴이 대부분이다. 이번에는 더욱 심각했다. 손흥민과 이청용이 없는 측면 공격은 지지부진했고, 김진수와 이용으로 대체된 풀백 역시 크로스가 최악이었다. 크로스는 22개였지만 14%(3개)의 성공률만을 보였다. 그리고 김신욱 역시 준비를 철저히 한 펑샤오팅에 번번히 막히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중국은 전반 34분 위다바오가 골을 기록했는데, 홍정호는 중심에서 맨마킹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홍정호는 위다바오의 움직임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고, 위다바오는 자유롭게 코너킥의 낙하지점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지동원은 등 뒤에서 쇄도하는 위다바오를 파악하지 못해 실점을 막지 못했다.
이전까지 경기에서 슈팅과 터치 면에서 한국에서 큰 역할을 차지하는 선수는 손흥민과 이청용이다. 손흥민과 이청용은 측면 공격을 이끌며 많은 공격 지표를 기록했지만 이번 중국전에는 모두 나오지 못했다. 양 측면에서 제대로 흔들지 못했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기에서 공격패턴이 단순화됐다고 볼 수 있다.
명지대 축구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