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지소연(10번)이 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 B조 인도와의 경기에서 10번째 골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의 10-0 승.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 여자 아시안컵 예선 B조 1차전이 열린 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 장내 아나운서가 차분한 목소리로 “관람자 여러분, 인디아 팀과 대한민국 팀 선수들이 입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윽고 양 팀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왔고, 뒤를 이어 태극기가 인도 국기, 아시아축구연맹(AFC)기와 함께 입장했다. 이후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에 따라 인도 국가가 연주된 뒤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김일성경기장에서 태극기와 애국가가 등장한 건 1969년 경기장 개장 후 사상 처음이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이금민의 해트트릭과 지소연(2골)의 활약으로 10-0으로 대파했다. 앞서 북한은 인도를 8-0으로 이겼다.
평양에서 애국가가 연주된 건 2013년 9월 세계역도대회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1990년 10월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 통일축구대회는 김일성경기장이 아닌 5.1경기장(현 능라도경기장)에서 열렸다. 그동안 북한은 평양에서 남한의 국기와 국가가 연주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홈에서 열릴 남북 대결을 제3의 장소에서 개최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앞서 아시아축구연맹은 대회 유치 조건으로 국가 연주 및 국기 게양과 관련한 국제경기 관례를 따른다는 각서를 북한으로부터 받았다. 경기장에 모인 북한 관중들도 남한 국가 연주에 차분하게 대응했다. 5천여 명의 북한 관중들은 기립해 예의를 갖췄다.
북한 주민들은 이번 대회 우승 경쟁국인 남한의 여자축구대표팀을 응원하지 않았다. 대신 약체인 인도를 주로 응원했다. 응원의 수위는 크지 않았다. 뒤로 물러서서 수비만 하던 인도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어 치고 나갈 때면 경기장이 서서히 시끄러워졌다. “(패스를) 반대로” “(앞으로) 나가라” “(상대 선수를) 붙으라” 등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반면 남한 선수들이 골망을 흔들 때마다 “아…”하는 탄식이 터졌다. 그러나 야유나 비난의 목소리는 없었다. 한국 대표팀이 전반을 5-0으로 마치자 상당수의 북한 관중들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축구대표팀은 7일 사실상의 결승전인 북한과 한판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