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개막해 6월11일까지 열리는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은 세계 축구 ‘별들의 산실’이다. 1977년 튀니지 대회 이래 40년 동안 리오넬 메시 등 축구 스타를 배출해왔다. 이번 대회엔 6개조 24개국의 유망주가 수원, 인천, 전주, 천안, 대전, 제주 등에서 총 52경기를 치러 정상을 가린다. 신태용 감독의 한국은 1993년 ‘멕시코 4강 신화’ 이상의 성적을 노린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 선수들은 의욕이 넘친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의 강한 단결력. “열정을 깨우라”는 대회 모토처럼 21명의 선수들은 준비를 마쳤다. 신태용 감독은 “우리는 한 팀이다. 팬들이 좋아할 수 있는 경기를 보이겠다”고 했다.
20일 저녁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기니의 개막전 관전 포인트는 역시 신태용식 공격축구. ‘여우’ 신태용 감독은 수비 조직력에 바짝 신경을 쓰지만, 빠른 속도로 올라가 상대를 무너뜨리는 공격 선호형이다. 프리킥과 코너킥 상황에서 펼칠 세트피스 전술만 10가지가 넘는다.
공격자원도 다른 팀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최전방의 이승우(바르셀로나 후베닐A), 조영욱(고려대), 백승호(바르셀로나 2군)의 ‘이조백’ 3각 편대는 색깔이 뚜렷하다. 드리블과 창의적 플레이에 능한 이승우는 순간 폭발력으로 상대 진영을 파고드는 장점이 있고, 18살 막내 조영욱은 원톱으로 상대를 등지거나, 빠져들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과거 사뮈엘 에토오를 보는 듯하다. 앞으로 더 기대된다”며 극찬했다. 백승호는 안정감 있는 공 간수와 폭넓은 시야를 갖췄고, 정교한 슈팅을 장착했다.
이들 전방의 공격진에 맞춤하게 공을 올리고,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야 하는 미드필더의 활약은 필수다. 이승모(포항)는 14일 세네갈과의 평가전(2-2)에서 선제골로 연결된 날카로운 스루패스로 감각을 뽐냈고, 이진현(성균관대)과 김승우(연세대)는 부지런히 수비에 가담하며 공격 전개의 시발점 구실을 했다. 신태용 감독은 “심리적으로 차분하도록 항상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스리백과 포백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대표팀은 공격력보다 수비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본경기에서는 다를 것이다. 지역적으로 상대를 막는 훈련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A조 1차전에서 맞설 기니의 키가 큰 공격수들은 제공권과 배후 침투가 위협적이다. 주장인 중앙수비수 이상민(숭실대)과 1m95의 장대 수비수 정태욱(아주대)이 공중 싸움에서 버텨주더라도 주변의 선수들이 공간을 내주지 말아야 한다.
선수들이 큰 대회 부담감을 떨치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 언남고를 졸업한 조영욱은 “신 감독님은 그라운드 안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운동장에서는 선수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밖에서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연습경기라도 자칫 정신줄을 놓는 플레이를 하면 라커룸에서 속사포같이 질책을 쏟아낸다. 운동장 밖에서는 자유롭게 풀어준다.
베스트 11명만 집중해서 준비할 수 있지만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신태용 감독은 “16강 이후까지 펼쳐질 여러 경기를 고려하면 선수단 전체가 함께 뛰어야 한다. 평가전에서도 여러 선수를 기용한 이유”라고 했다. 주전이나 벤치의 구분 없이 21명 전체가 똘똘 뭉친 이유다.
안방 이점을 살린 저녁 경기도 신 감독의 노림수다. 신태용 감독은 A조 3경기가 모두 저녁 8시 야간에 열리는 것에 맞춰 훈련을 해왔다. 기니전을 예상한 세네갈과의 평가전을 전력 노출 없이 2-2 무승부로 마쳤고, 23일 A조 2차전 아르헨티나전을 대비한 우루과이 평가전(2-0) 승리로 자신감도 쌓았다. 한국에 진 우루과이 파비안 코이토 감독은 “한국팀의 빠른 리듬과 전환에 많이 놀랐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일단 A조에서 2승1무로 16강에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조 1위로 올라가면 16강에서 쉬운 상대와 만날 수 있다. 하지만 8강부터는 우승후보들 간의 싸움으로 매 경기가 결승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자만심보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하면서 대회를 준비해왔다. 수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스피드가 있고 섬세한 축구로 팬들이 좋아하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