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기(30)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사무국장은 요즘 정신이 없다. 선수협회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아시아·오세아니아 총회에서 옵서버로 승인을 받았고, 다음달 초 서울시로부터 법인설립 허가를 받는다. 전체 700명 안팎의 프로축구 선수 가운데 192명으로 출범해 갈 길은 멀다. 김 국장은 “지난 5년간 고생한 보람이 있어 이제 선수협회가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 12월 국제축구선수협회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으면 정가맹 단체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사진에는 수원 삼성에서 은퇴한 곽희주 등 5명이 포진해 있다.
프로축구연맹이나 만년 적자의 구단 입장에서는 선수협회의 출범이 재정적 짐이 되지나 않을까 부담스러워하는 시각도 있다. 김 국장은 “구단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프로축구 경쟁력을 높이고 흥행을 위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파트너로 여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일본프로축구연맹의 지원으로 출범한 일본프로축구선수협회가 모델”이라고 했다. 1996년 출범한 일본프로축구선수협회는 1300여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회비와 각종 수익 사업을 통해 살림을 한다. 김 국장은 “우리도 회원 연봉 차이에 따라 회비를 내고, 온라인 게임에 사용된 선수 초상권에서 파생된 수익이나 자체 사업, 스폰서십을 통해 운영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했다. 물론 연맹과 협상이 필요한 분야는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그는 “금전적 이해 문제 때문에 선수협회를 만든 것이 아니다.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통로는 꼭 필요하다”고 했다.
프로축구연맹 산하의 선수위원회와 업무가 일부 겹친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김 국장은 “각 팀의 주장이 정기적으로 만나 권익보호를 위해 의견교환을 하는 것을 존중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고 했다. 은퇴 후 대비를 위한 온라인 아카데미나 직업 전환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 운영, 자체 네트워크를 활용한 자격증 코스 개설에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김 국장은 “최근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국내 선수 가운데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선수들이 여럿이다. 국제축구선수협회 현지 지부를 통해 법률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것은 선수협회가 만들어졌기에 가능하다”고 했다.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한 김 국장은 “사실 프로 톱 10%에 있는 선수들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다수 선수는 은퇴 뒤를 걱정한다. 선수협회 출범은 프로축구 시스템을 좀 더 선진화된 형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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