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을 데려갈 것인가, 말 것인가?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4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대표팀 명단 발표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6월 카타르전에 나간 한국 선수 가운데 최다 A매치(93경기 10골)를 기록한 기성용(28) 변수 때문이다. 기성용의 소속팀 스완지시티는 최근 “6월 중순 무릎수술을 받은 기성용이 9월 중순쯤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단이야 선수 보호가 우선이지만, 8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예선 9차 이란전과 9월5일 예정된 우즈베키스탄 원정 10차전을 앞둔 한국팀엔 비상이 걸렸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달 대표팀 부임 때부터 “기성용은 남은 두 경기에 꼭 데려가야 할 선수”라고 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2년간 대표팀의 간판으로 패스 축구를 완성한 핵심 자원이기 때문이다. 김대길 해설위원도 “대표팀 전력의 30%를 차지하는 선수다. 만약 빠지게 되면 공백이 워낙 크다”고 분석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구단이 부상 복귀 시점을 9월로 잡았지만 계속 접촉하고 있다. 우리 쪽 의료진이 스완지시티 쪽과 계속 연락하며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성용은 오른쪽 무릎 밑의 근육을 잡아주는 힘줄이 찢어지자 이것을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상처가 아물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소속 에이전시는 “이제야 밖에서 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완지시티 구단도 예민할 수밖에 없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주말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일단 기성용의 합류를 바라지만, 괜히 아픈 선수를 데려와 출전시키지도 못하거나, 뛰더라도 부상이 악화되면 낭패다. 정종선 고교축구연맹 회장은 “기성용은 꼭 필요한 선수지만 뛸 수가 없다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준비해 두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기성용을 대체할 후보군은 4월 무릎 부상을 당했다가 회복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꼽힌다. 구자철은 지난 3일 잉글랜드 사우샘프턴과의 원정 친선경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후반 헤딩골로 3-0 승리를 도왔다. FC도쿄로 이적한 장현수도 템포 조절과 전진 패스 능력을 갖추고 있고, 슈틸리케 감독 시절 기성용과 호흡을 맞췄던 정우영(충칭)과 한국영(강원)도 있다. 지난주 프랑스리그 개막전에 풀타임 출전한 권창훈(디종)이나 K리거 이창민(제주) 등도 거론된다. 하재훈 전 에스케이(SK) 감독은 “국내 선수들 가운데 수비력이 좋은 선수들이 있다. 기동력을 높일 수 있는 구성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신태용 감독은 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과 광주의 축구협회(FA)컵 8강전을 관전하고, 12일에도 수원과 FC서울의 슈퍼매치가 열리는 수원경기장을 찾는다. 14일에는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전 대표팀 명단을 발표한다. 예정보다 1주일 앞당긴 21일 대표팀 소집 때는 K리거를 먼저 부르고, 손흥민(토트넘) 등 해외파는 28일 합류시킨다. “대표팀 윤곽의 70%를 짰다”는 신 감독이 기성용을 뺀 채 전화위복의 팀을 구성할지, 아니면 기성용을 끝까지 데리고 갈지는 곧 결론이 난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