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축구대표팀의 공격형 미드필더 마수드 쇼자에이. 위키피디아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이란이 ‘쇼자에이 쇼크’ 후폭풍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정치·종교적 문제로 선수를 영구제명하겠다고 밝혀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가 불가피하다. 통상 피파는 해당국가의 축구협회에 자격정지 징계를 내린다. 이럴 경우 이란 대표팀이 국제대회 출전이 어려워 월드컵 출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란 정부는 최근 이스라엘 프로팀과의 경기에 나선 이란 축구대표팀의 핵심인 마수드 쇼자에이(33)와 미드필더 에산 하지 사피(27)를 국가대표에서 영원히 제외한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모하마드 레자 다바르자니 이란 체육부 차관이 텔레비전에 나와 “쇼자에이와 하지 사피 두 사람은 레드 라인을 넘었다. 앞으로 대표팀에 초청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전했다.
그리스 파니오니오스에 소속된 둘은 지난 3일 아테네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3차 예선 2차전에서 이스라엘의 마카비 텔아비브와 맞붙었다. 쇼자에이와 하지 사피는 1차 원정(0-1패)에는 출전하지 않았고 안방 2차전(0-1패)에 나섰다. 그러자 이란 의회 쪽에서 “점령과 암살, 침공과 배신의 정권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한다는 것은 수천의 순교자와 시오니스트 정부에 의해 집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불경”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란은 올림픽을 비롯해 각종 스포츠 무대에서 이스라엘 선수들과 경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쇼자에이 이런 발언으로 이란축구협회는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피파의 강력한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피파는 2015년 10월 쿠웨이트 정부가 축구협회 등 체육단체에 행정 개입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자 자격정지 징계를 내려 쿠웨이트 축구대표팀이 피파나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주관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도록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피파를 좇아 쿠웨이트의 자격을 박탈했다. 지난해 3월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쿠웨이트전은 한국의 몰수승(3-0)으로 처리됐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이번 사안은 심각하게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사례다. 이란축구협회의 자격정지를 통해 쇼자에이 등에 대한 복권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이란 정부가 피파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엔 내년 6월 러시아 월드컵이 걸려 있다. 송기룡 대한축구협회 홍보국장은 “이란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극단적이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이 문제가 된다면 이란 정부도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의 아시아 3차 예선 9차전을 벌이는 한국대표팀으로서는 이란의 주축인 쇼자에이와 하지 사피가 빠진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14일 이란전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신태용 한국대표팀 감독은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죽기 살기로 뛸 선수를 뽑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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