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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돋우던 여자축구연맹 어디갔나

등록 2017-08-23 19:08수정 2017-08-23 21:44

[김창금 기자의 무회전 킥]
15년 그라운드 지킨 ‘대교’ 해체 등
리더십 없는 연맹회장 세차례 연임
행정 지원·저변 확대 손 놔 바닥 쳐

7월 21일 열린 여자축구 WK리그 17라운드 보은 상무와 수원시설관리공단의 경기에서 상무 선수가 드리블하고 있다.  한국여자축구연맹 제공
7월 21일 열린 여자축구 WK리그 17라운드 보은 상무와 수원시설관리공단의 경기에서 상무 선수가 드리블하고 있다. 한국여자축구연맹 제공
‘뷰티풀 사커’ ‘여자축구는 아름답다’ ‘월요일은 여자축구 보는 날’….

10년 전 여자축구연맹의 직원들은 카피라이터를 뺨쳤다. 그들이 만든 마케팅 문구는 여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하다. 아침마다 보도자료를 만들어 돌리고, 꼬박 전화하며 선수들 이야기 등 기삿거리를 제공하던 모습이 선명하다. 피자 기업을 후원사로 영입해 조인식을 열면 직접 피자까지 배달시켜 한 조각씩 나눠줬다. 그들에게는 여자축구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2009년 새로운 회장이 등장한 이래 달라졌다. 거대한 단절이 생겼고 미디어와 여자축구연맹의 소통은 사라졌다. 회장과 기자 사이의 간담회나 설명회도 없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여자축구는 현재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지난주 WK리그에서 세 차례 우승한 이천 대교가 팀 해체를 선언했다. 2002년 창단된 대교의 해체는 집으로 치면 기둥이 빠지는 격이다. 현실적인 여파도 만만치 않다. 실업팀이 8개에서 7개로 줄어들면 전국체전에서의 위상이 떨어진다. 2014년 고려대팀이 창단됐지만, 올해 한양여대가 팀 해체를 결정했고 지난해 여주대가 팀을 접어 나아진 것은 없다.

그러나 여자축구연맹의 시이오(CEO)인 회장한테 해법을 기대하기는 난망하다. 세 차례 회장을 연임하면서 리더십은 무너졌고, 전략이나 비전도 찾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주 대교 단장이 해체를 선언하러 연맹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회장은 전혀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업팀 감독들의 불만도 높다. 그들은 “팀을 건사하기도 정신이 없는데 뭔가 행정적으로 연맹이 나서서 흥을 돋워주면 좋겠는데 그런 것이 없다”고 했다. 21일 전국 4곳에서 열린 WK리그 4경기의 관중은 1000명에 못 미쳤다. 연말에 시상식도 없어 누가 최우수선수인지도 모르고, 올스타전은 설명도 없이 취소되기도 한다.

현재 초등학교부터 대학, 실업까지 여자축구 등록선수는 72개팀 1541명으로 최근 5년간 내리 감소세다. 특히 초등부는 이 기간 25개팀에서 18개팀으로 확 줄었다. 한 축구인은 “학교 운동부에 여자아이를 보내지 않는다. 연맹이나 협회가 진작에 공부하며 운동하는 클럽 형태로 유소년 여자축구의 발전 모델을 만들어야 했는데 실기했다”고 지적했다.

여자축구연맹이 한국 여자축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창 붐을 일으키고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던 10년 전 집행부를 떠올리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 축구인은 “여자축구를 살리려면 대한축구협회가 행정력을 동원해야 한다. 여자축구연맹의 기능을 축구협회가 가져가 직접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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