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오른쪽)가 지난 5월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살 이하(U-20) 월드컵 A조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은 뒤 이승우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FC바르셀로나 한국인 3총사가 모두 둥지를 옮기게 됐다. 장결희는 방출돼 한국으로 돌아갔고, 백승호는 계약 해지 뒤 프리메라리가 지로나FC의 2군팀과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주 지로나는 공식 사이트에서 백승호와 3년 계약한 사실을 전했다.
1930년 창립된 지로나는 스페인 프로축구 2부A리그(한국식으로는 2부)에 속했다가 이번 시즌 사상 처음 프리메라리가로 승격했다. 백승호는 지로나 1군팀이 아니어서 당장 프리메라리가에서 뛸 수는 없다. 하지만 지로나 2군팀의 2부B리그(3부) 출전 2년째가 되면 지로나 1군으로 등록한다는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로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와 관련이 깊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의 형제인 축구 에이전트 페레 과르디올라가 최근 몇년간 자본을 끌어모아 지로나를 지원하면서 팀 전력이 크게 좋아졌고, 맨시티는 대주주다. 지로나FC의 대주주 명부에는 맨시티 구단과 페레 과르디올라가 올라 있다.
지로나와 맨시티의 돈독한 관계는 선수 교류에서 드러난다. 지난 시즌 지로나는 맨시티로부터 2명의 선수를 임대했고, 이번에 프리메라리가로 승격하면서 5명을 데려왔다. 백승호가 유럽 빅리그의 1부 리그에 직행하지 못하고 지로나 2군팀과 계약했지만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일단 바르셀로나 2군팀 시절 2부B리그에서 뛰어 적응하기가 쉽고, 1년간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로나FC 1군팀에 23살 미만 선수를 출전시켜야 할 때 1부 리그에 데뷔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1부 리그에 처음 진출한 신생팀 지로나가 리그에 잔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에 백승호가 1군에 편입하더라도 팀이 프리메라리가에 남지 못하고 2부로 탈락한다면 악몽이다. 반면 기량을 인정받으면 프리미어리그의 맨시티로 진출할 길이 열릴 수 있다. 스페인 현지 바르셀로나 팬들의 견해다.
바르셀로나 2군에서 한국 선수들이 떠난 것은 바르셀로나 구단의 정책과 관련이 있다. 그동안 2군팀에서 젊은 유망주를 키워 1부로 충원해온 바르셀로나 구단은 최근 외부에서 선수를 많이 영입해 2군팀 선수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메시와 함께 1군에서 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던 2군 선수들은 미래가 없다는 판단에 다른 팀을 찾고 있다.
이승우도 마찬가지다. 이적 마감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빨리 결정을 해야 한다. 여러 얘기가 나오지만 구체적인 것은 없다. 다만 1부 리그 구단의 벤치 신세보다는 백승호처럼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안전한 길을 걷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특히 공격수의 경우 안정적으로 경기에 나갈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이승우는 백승호가 이적한 지로나FC의 주주인 페레 과르디올라가 관리하는 선수다. 이런 까닭에 맨시티나 지로나, 혹은 스페인의 그라나다CF나 이탈리아의 우디네세 등 페레 과르디올라가 관계된 팀으로 이적하거나 임대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고 선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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