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에 성공한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6일 타슈켄트 식당에서 한국 기자들 만나
“2경기는 본선에 올인, 앞으론 내 축구”
“K리그 응원해야 김민재 같은 선수 나와”
“강팀과 평가전 등 9개월간 총력 준비”
“2경기는 본선에 올인, 앞으론 내 축구”
“K리그 응원해야 김민재 같은 선수 나와”
“강팀과 평가전 등 9개월간 총력 준비”
무승부, 무득점에도 목적은 이뤘다. 월드컵까지 9개월의 시간도 벌었다. 그러면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재는 해결될 것인가?
신태용(47) 축구대표팀 감독이 전날 밤 우즈베키스탄과의 혈투를 마치고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딴 뒤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시내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의 중책을 맡았던 부담감에 “가족과도 일절 연락을 끊었던” 신 감독의 얼굴은 초췌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는 기쁨도 보였다. 신 감독은 “선수 시절 가보지도 못한 월드컵에 간다니 실감이 안 난다. 한국에 가면 느낄 것 같다”고 했다.
늘 ‘긴급 소방수’로 투입된 신 감독은 이번에도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경기 내용을 두고 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지만, 월드컵 탈락의 악몽에서 벗어났기에 욕을 먹어도 좋다. 신 감독은 “이란과 우즈베크 2연전에서 실망한 팬들도 있을 것이다. 월드컵에 못 나가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했다. 선수들이 모두 죽을힘을 다해 뛰었으니 팬들도 너그럽게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이란전과 우즈베크전 무실점은 티켓을 따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사실 아시아 축구에서 한국의 비교우위는 많이 사라졌다. 아시아권 나라들의 실력의 경계는 사라졌다. 그동안 파워나 지구력, 기동력과 템포를 자랑한 한국 축구의 저력도 고갈 수준에 왔다. 신태용 감독도 “길게 보면 열흘, 짧으면 나흘간 선수들과 제대로 된 훈련을 했다. 대표팀 감독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축구 환경과 문화에서 실력이 갈린다는 뜻이다. 신 감독은 “대표팀 축구의 힘은 프로에서 나온다. 팬들이 프로경기에 많이 가서 응원하면 김민재 같은 수비수들이 더 나온다”고 했다. 김민재는 이번에 A매치 데뷔전을 치렀지만 “선배 김영권을 리드할 만큼 당돌한” 대표선수다. 여기에 한국 유소년 축구의 지형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신 감독은 “어려서는 가능한 한 좁은 공간에서 8대8, 7대7 경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공에 자신감을 갖고 골문 앞에서 좀 더 여유를 갖고 슈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개인전술, 기본기의 차이를 걱정하는 것은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이란과 일본, 우즈베키스탄과 카타르를 비롯해 대부분 우리의 경쟁국 선수들은 상대방 한명을 제칠 수 있었다. 공을 잡으면 탁탁 돌리는 폼이 자연스럽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대한축구협회가 근본적으로 유소년 축구 프로그램과 훈련의 방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10년이 걸려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했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는 예선과는 완전히 다른 공격축구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짧은 소집기간에 훈련을 해 대표팀을 새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고의 자원을 뽑고, 다양한 전술로 맞서면 강팀도 이길 수 있다”고 했다. 평가전을 하더라도 강팀과 하고 월드컵 본선에서도 공격축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감독은 “팬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해야 축구가 산다. 지는 것을 두려워해 수비만 하다가 패배하는 것보다 과감하게 맞서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23살 이하 올림픽대표팀이나 20살 이하 청소년대표팀을 거쳤고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했던 신태용 감독의 축구 구상은 명백했다. 그는 “젊은 선수들도 다 파악하고 있다. 나하고 안다고 발탁되는 것이 아니라, K리그에서 잘하면 뽑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동국과 염기훈 등 노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들이 내년 본선 때도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느냐가 선발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아시아 국가 최초로 나갔고, 1986년 멕시코 월드컵부터 9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팀이 됐다. 이번 예선에선 경우의 수를 계산하거나 다른 팀의 승점을 주목해야 했다. 하지만 신태용식 새로운 축구에 대한 희망은 시작됐다.
신태용 감독은 “내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할 것이다. 아기자기하지만 빠르고 스피드한 축구를 해야 한다. 선수들도 이런 축구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우즈베크전 뒤 선수들의 헹가래에 대해서는 “시리아-이란전 경기 결과를 확인한 뒤 월드컵 진출 플래카드를 들고 관중석의 팬들을 찾아가 인사까지 했다. 그리고 돌아오는데 선수들이 갑자기 덮쳤다”고 해명했다.
타슈켄트/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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