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한국시각) 안방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예선 I조 경기에서 코소보를 꺾고 본선행을 확정한 아이슬란드 선수단이 기뻐하고 있다. 레이캬비크/EPA 연합뉴스
인구 33만5천의 얼음과 화산의 나라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역사상 가장 적은 인구의 나라의 출전이다.
아이슬란드는 10일(한국시각) 안방인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예선 I조 코소보와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해 7승1무2패(승점 22)로 조 1위로 본선행을 확정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역대 최소 인구국가의 본선행이다. 앞서 트리니다드토바고(130만), 북아일랜드(185만), 슬로베니아(208만), 자메이카(289만), 웨일스(310만)가 월드컵 본선에 간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22위인 아이슬란드는 이날 길피 시구르드손의 결승골로 코소보(184위)를 제압했다. 시구르드손은 지난 시즌까지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에서 기성용과 함께 뛰었다가, 이번 시즌 에버튼이 4500만파운드의 최고 이적료를 주고 데려올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선수다. 이날 전반 선제골과 후반 도움주기로 승리를 가져왔다. 아이슬란드는 지난주 터키 원정 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두며 선두권으로 치고 나섰다. 지난해 유로 2016 본선에 올라 16강에서 잉글랜드를 꺾고 8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한 적도 있다.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도 파트타임으로 치과의사를 겸하는 헤이미르 할그림슨 사령탑은 “정말 기묘하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라며 감격해했다.
국토의 80% 가량이 빙하와 용암지대 등으로 이뤄진 아이슬란드는 추운 날씨 때문에 1년 중 8개월은 바깥에서 공을 차기 어려워 실내 축구가 활성화 됐다. 시구르드손을 비롯한 20대 선수들은 실내 축구 출신의 ‘인도어 키즈’로도 불린다. 자국 프로축구 리그가 없고 불과 7년 전까지 국제축구연맹 112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년 사회복지 차원에서 국가가 체육에 투자한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이슬란드의 영문판 매체인 <아이슬란드 리뷰>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청소년들의 약물 복용이 심각한 사회 문제였는데, 1998년 국가 차원에서 동네마다 스포츠센터와 체육관을 짓고 청소년에게 체육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매체는 이후 스포츠 인구가 대폭 늘어났고, 청소년들의 약물 남용, 흡연율, 알코올 중독률 등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아이슬랜드는 남자핸드볼에서도 2008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을 획득했고, 농구에서도 2017유로 바스켓 대회에서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하는 등 일부 중소 종목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아이슬란드 리뷰는 “인구가 적은 아이슬란드에서 엘리트 스포츠가 활성화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국가가 주도한 사회시스템 덕분”이라고 전했다.
김창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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