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가 춘천송암스포츠타운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마케팅 부분은 평가해야 한다.”(강원도청 공무원)
“대표이사 마음대로 한다.”(사퇴한 강원FC 이사)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가 벼랑 끝 위기에 섰다. 2016년 3월 강원 대표 부임 이래 파격적인 선수 영입, 1부 리그 진출, 마케팅 강화를 통한 구단 인지도 상승 등 변화를 주도했지만 최근 언론에 의해 구단 재산 횡령과 비상식적인 근무형태, 과도한 인센티브 수령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동안 쌓아온 마케팅 전문가의 이미지는 퇴색했다.
강원도청 감사실과 문화관광체육국은 합동으로 지난주 강원FC 구단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까지 정리될 예정이다. 앞서 강원도는 조태룡 대표의 부적절한 행위 등에 대한 언론 보도의 사실 여부 파악을 위해 지난 6월 감사를 벌인 바 있다. 당시 감사 결과 “과오가 적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구단 운영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유임시켰다. 하지만 이번엔 최문순 지사의 특별지시로 더 면밀한 감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가 입수한 지난 6월의 초기 감사 결과를 보면, 조 대표가 구설에 오른 이유를 알 수 있다.
우선 조 대표는 강원FC의 매출로 잡힐 수 있는 1000만원 상당의 터키항공사 티켓 2장을 자신이 챙겼다. 2017년 1년간 강원 홈경기 때 터키항공을 전광판에 노출하기로 하고 받은 항공권이다. 그런데 한 장은 본인이, 다른 한 장은 강원FC의 광고 대행사인 MtoH로 접수시켰다. MtoH가 강원FC와 맺은 계약에 따라 매출의 50%를 강원FC와 나누기로 돼 있기는 하다. 문제는 MtoH의 대표이사 또한 조태룡 강원FC 대표라는 점이다.
MtoH는 조태룡 대표이사 아래 상주 직원이 없는 이름뿐인 회사로 드러났다. 2017년 광고계약 실적은 총 1억3900만원이었고, 2017년 4월 이후에는 영업 실적이 없다. MtoH와 축구단 대표이사를 겸직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해 상충을 피해야 할 최소한의 규범을 어겼다. 강원도는 감사 뒤 강원FC가 MtoH와 맺은 계약을 해지하도록 했고, 500만원을 환수하도록 했다.
조 대표는 애초 야구계에서 이름이 높았다. 모기업 기반 없는 프로야구 히어로즈 구단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00개 안팎의 중소규모 후원사를 끌어들였다. 재정적 어려움에 부닥쳐있는 시도민 구단 강원FC가 2016년3월 조태룡 대표를 영입한 것은 참신한 시도로 비쳤다.
하지만 강원FC가 조 대표 영입에 따른 임원선임 계약이 불공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대표는 2017 회계연도에 인센티브로 5억원 가량을 챙겼고, 실제 올해 4월 수령했다. 강원FC와 맺은 임원선임 계약에 따른 것이다. 이 임원선임 계약서에는, “각 사업연도에 강원FC에 대한 시·도·강원랜드의 지원금을 뺀 (일정 규모 이상의) 구단 수입금의 10%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1군으로 승격할 때는 20%를 지급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조 대표는 2017년 강원FC의 전체 수입금(198억원) 가운데 시·도·강원랜드 보조금 165억원의 지원금을 뺀 수입 33억원의 20%인 6억6천만원을 인센티브로 요구했다. 그러나 이사들이 1군 승격은 2016년에 이뤄졌다며 반발하면서 15%의 인센티브 지급으로 절충했고, 최종적으로 조 대표는 5억원 가량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1군 승격 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석의 다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센티브 계약의 실행 여부를 떠나, 지자체의 도움 없이는 만성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시도민 구단에서 대표이사가 5억원의 인센티브를 챙겼다는 것에 대한 프로축구판의 정서는 좋지 않다. 한 시도민 구단 관계자는 “2군 우승 상금도 1억밖에 안 된다. 인센티브 5억은 시도민 구단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액수”라고 말했다.
2017년 구단의 영업 수입으로 잡힌 33억원이 조 대표 혼자의 힘으로 일군 것도 있겠지만, 강원도의 측면 지원이 없이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실제 강원도청 관계자는 “강원FC 구단의 영업 수입에는 도의 사이드 푸쉬(측면 지원)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조 대표는 마케팅 활동에 전념한다는 이유로 주로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중요 사항은 사전보고를 받고 지시하며, 그외 구단 업무는 핸드폰 결재 시스템과 전화, 카톡으로 수행해 왔다. 업무의 효율성을 위한 방편이지만, 이런 근무 형태는 일반적인 기업이나 타 시도민구단의 대표이사 행보와는 다르다.
조 대표가 인센티브와 연봉 이외에 연간 1억2000만원까지 사용할 수 있는 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을 받는 것은 마케팅 전문가라는 특화된 이미지가 주는 협상력의 우위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강원도는 6월 감사 결과에서, “임원선임 계약서 중 인센티브 지급, 겸직 및 겸업 금지, 활동비 및 업무추진비 사용 등 보수외 수당 지급에 관한 일부 조항이 대표이사에게 유리하게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견제받지 않는 대표이사의 행보는 강원FC의 이사회 구성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강원FC의 이사회는 조 대표이사를 포함해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한 명은 상반기 자진 사퇴했다.
다른 시도민 구단인 대구FC가 24명의 이사진, 경남FC는 18명의 이사진, 인천 유나이티는 9명의 이사진을 두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사의 숫자보다는 이사회의 질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소 숫자인 3명의 이사로 외부의 시각을 의사결정에 반영하거나 대표이사의 독주를 견제하는 기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강원FC는 탁월한 마케팅 전문가로서 조태룡 대표를 영입했고, 조 대표는 2년 반동안 구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작은 규모의 스폰서 확대를 통해 영업 수입을 확대하고, 팀을 2부 탈락 걱정 없는 팀으로 만들어 놨다. 그러나 경기당 평균 관중이 거의 최하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도민 구단의 대표이사로는 흠결이 남는 행보로 비판을 받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주 끝난 강원FC에 대한 특별감사 내용을 이번주에 종합해, 구단주인 최문순 지사한테 보고할 예정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