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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수집가’에서 온라인 ‘박물관장’으로

등록 2020-03-05 19:50수정 2020-03-06 02:07

이재형 축구수집가 4만여 소장품으로 온라인 ‘썰’
유튜브 ‘싸카리TV’ 제작 스토리 있는 축구 개척
안정환 8강행, 홍명보 4강행 볼 뒷 이야기도 공개
4만여품의 축구 소장품을 보유한 이재형 이사(왼쪽)가 유튜버 양찌와 유튜브 ‘싸카리TV’를 진행하고 있다. 싸카리TV 제공
4만여품의 축구 소장품을 보유한 이재형 이사(왼쪽)가 유튜버 양찌와 유튜브 ‘싸카리TV’를 진행하고 있다. 싸카리TV 제공

“쌓아 놓으면 뭘 하나요. 알려야죠.”

4만여점의 축구 수집품으로 유명한 이재형 <베스트 일레븐> 이사는 보유한 소장품으로 10분 안팎의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방에 차고 넘쳐 임대 창고에 배치하는 데다, 혼자서 감상하려고 모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한 유튜브 ‘축구박물관 싸카리TV’는 대표적이다. 일주일에 한번씩 자원봉사 유튜버 ‘양찌’와 함께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5일 현재 27회나 제작됐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 출전했던 아시아의 ‘황금다리’ 고 최정민 선수의 축구화, 차범근 감독의 선수 시절 분데스리가 우승 화보, 1954년 월드컵예선 도쿄 원정전에서 발열 작용을 위해 사용한 고춧가루 전법,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선수 시절 축구화 제작용 발 금형 등 소재가 다채롭다.

축구박사라 불러도 될 만큼 해박한 지식과 수집 당시의 사연을 젊은 감각의 진행자와 풋풋하게 풀어내면서 영상 재생 수는 총 32만회를 넘어섰다. 이씨는 “아직은 초기 단계다. 100회 이상 제작할 장기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과 네이버에는 아예 온라인 축구박물관을 만들었다.

홍콩 경매장에서 구입한 최정민 선생의 축구화. 싸카리TV 제공
홍콩 경매장에서 구입한 최정민 선생의 축구화. 싸카리TV 제공

아직 소개하지 않았지만 이씨가 최고의 소장품으로 꼽는 것은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 안정환이 터트린 연장 골든골 공과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홍명보가 차 넣은 승부차기 공이다. 워낙 소중히 여기는 수집품이어서 하나은행 금고 등에 보관하고 있다.

발품과 집 팔아 모은 수집품은 어떻게 공인을 받을까? 이씨는 “공식 단체의 인증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수집품마다 구매 상황을 자세히 기록한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운대도 맞아야 한다.

그는 “월드컵에서 경기당 12~13개의 공을 사용하는데, 안정환과 홍명보의 공은 경기 종료와 겹쳐 다른 공과 섞이지 않았다. 주심은 반드시 공을 챙겨서 그라운드를 떠나야 하는데, 마침 두 주심에게는 공을 집으로 가져갈 사연이 있었다”고 했다. 한국-이탈리아의 16강전 주심 바이런 모레노(에콰도르), 한국-스페인의 8강전 주심 가말 엘간두르(이집트)는 당시 경기가 은퇴 무대였다. “나 이제 심판계 떠난다. 기념으로 공을 갖겠다”고 하는데 부심들의 욕심을 낼 수 없었다. 이들은 모두 공에 사인을 해줬다. 이후에는 골든골 제도도 없어졌고, 국제축구연맹(FIFA)도 공의 가치를 알아채면서 주심이 마음대로 공을 챙겨갈 수 없도록 했다.

2007년 남한에서 열린 2007 17살 이하 세계청소년대회 때 안전요원이 둘러싼 북한 선수단의 숙소로 찾아가 1968년 잉글랜드월드컵 8강 기적을 쓴 북한축구대표팀 골키퍼 이찬명의 사인까지 받아낸 것은 열정의 승리였다. 영국에 건너가 구입한 당시 북한 선수의 유니폼 등을 보여주자, 선수단 단장으로 온 그는 “북에도 없는데…”라며 감동한 뒤 자신의 사진 액자에 사인까지 해줬다.

스토리의 가치를 모르던 1990년대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내놓은 자선바자회 물품을 차떼기로 사 날랐고, 원로 축구인들한테는 선물 공세로 귀중한 유품들을 받을 수 있었다. 최정민 선생의 축구화는 외국의 경매장에서 1천만원 정도를 들여 사왔다. 수집 문화가 없었던 시기에 그는 한국 축구사의 ‘땀과 숨소리’의 고리를 연결해 온 것이다.

초등학교 선수 출신으로 중학생 시절부터 소장품을 모아 온 이재형 이사는 “소장품에는 한국 축구의 환희와 영광, 좌절과 절망 등 우리 축구사와 선수들의 삶이 담겨 있다. 디테일을 통해서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도 팬들한테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4만여품의 축구 소장품을 보유한 이재형 이사(왼쪽)가 유튜버 양찌와 유튜브 ‘싸카리TV’를 진행하고 있다. 싸카리TV 제공
4만여품의 축구 소장품을 보유한 이재형 이사(왼쪽)가 유튜버 양찌와 유튜브 ‘싸카리TV’를 진행하고 있다. 싸카리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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