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 AP 연합뉴스
잉글랜드에서도 지네딘 지단(48)과 페프 과르디올라(49) 같은 감독이 탄생할 수 있을까?
프리미어리그에서 레전드 출신 감독들이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레 군나르 솔샤르(47) 감독과 첼시의 프랭크 램퍼드(42) 감독이다.
솔샤르 감독은 지난 시즌 조제 모리뉴(57) 감독이 경질되자 감독 대행으로 맨유를 맡았다. 그는 11년 간(1996∼2007년) 맨유에서 공격수로 뛴 팀 레전드로 친정팀 노르웨이 몰데FK 감독을 맡고 있었다. 소방수 역할을 맡은 솔샤르는 19경기에서 14승2무3패로 선방했고, 시즌 막판 정식 감독이 됐다.
위기도 있었다. 그는 정식 부임 뒤 2승2무6패로 부진했고, 교체설이 꾸준히 나왔다. 최근까지도 경질설에 시달렸다. 하지만 9일(한국시각)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 더비 경기에서 2-0으로 완승하며 비판을 잠재웠다. 이번 승리로 맨유는 12승9무8패(승점 45)로 리그 5위에 올라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4위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특히 솔샤르는 맨유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부임 초부터 ‘퍼거슨 정신’을 강조한 그는 1호 영입으로 값비싼 스타 선수 대신 유망주 대니얼 제임스(23)를 이적료 약 256억원에 영입했다. 강한 압박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맨유의 전술 색깔도 다시 찾았다.
‘푸른 피’ 프랭크 램퍼드 감독은 2019년 첼시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첼시에서 13년 간(2001∼2014년) 미드필더로 뛴 팀 레전드로, 2부리그 더비 카운티의 감독이었다. 당시 첼시는 위기에 빠져있었다. 에이스 에덴 아자르(29)를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 보냈고, 곤살로 이과인(33)이 유벤투스로 임대 복귀했다. 설상가상 시즌 개막 전 국제축구연맹(FIFA)에 이적 시장 활동 금지 징계를 받아 영입조차 할 수 없었다.
램퍼드는 팀을 구해냈다. 그는 팀 유소년 출신의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했고, 선수들은 이에 부응했다. 타미 애이브러햄(23)은 잉글랜드 선수로서는 최연소 프리미어리그 해트트릭 기록을 썼고, 메이슨 마운트(21)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며 ‘제2의 램퍼드’로 불린다.
‘젊은 첼시’는 신선한 전술로도 호평받고 있다.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빠르고 간결한 공격으로 득점한다. 첼시는 8일 열린 리그 경기에서 에버턴을 4-0으로 완파하며 14승6무9패(승점 48)로 리그 4위 자리를 지켰다. 최근 2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57)와 3위 레스터 시티(승점 50)가 부진한 만큼 더 높은 순위까지도 노릴 수 있다.
대표적 팀 레전드 출신 감독 지네딘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끌었고, 과르디올라는 친정팀 바르셀로나를 맡아 ‘7관왕’ 위업을 이뤘다. 아직 솔샤르와 램퍼드를 이들에게 견주긴 이르지만, ‘명가’의 정신을 되찾는 모습에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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