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한국시각) 독일 묀헨글라트바흐의 보루시아 파크에서 열린 2019~2020 분데스리가 무관중 경기에서 쾰른 선수가 묀헨글라트바흐 골문을 향해 코너킥을 하고 있다. 묀헨글라트바흐/EPA 연합뉴스
분데스리가는 17일(한국시각) 1·2부 리그 36개 팀 수뇌부가 참석한 회의에서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4월2일 분데스리가 1부를 재개하기로 했는데, 이것도 그때 가봐야 안다.
이런 까닭에 무관중 경기 얘기가 나온다. 크리스티안 자이페르트 분데스리가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 뒤 무관중으로 리그를 끝까지 치르는 방안도 제시했다. 텔레비전 중계를 통해서라도 수입을 확보하자는 뜻이다. 그는 “중계권과 스폰서십이 없다면 각 구단의 미래가 위협받는다. 선수들 임금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리그가 제공하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외신은 5만6천여명이 직·간접적으로 분데스리가 중계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뛰는 선수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12일 보루시아 파크에서 열린 묀헨글라트바흐와 쾰른의 경기는 지역 라이벌 간 최대의 빅 경기였다. 5만여 표는 늘 매진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무관중으로 열렸고, 경기장 밖에서는 약 3천명의 팬이 함성을 지르며 스타디움 너머 선수들을 응원했다. 경기는 묀헨글라트바흐의 2-1 승리로 끝났는데, 선수들은 경기 뒤 스타디움 꼭대기에서 팬들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또 경기장 밖으로 나가 몇백명의 팬들과 만나기도 했다.
관중이 하나도 없는 경기장을 경험한 독일 선수들의 얘기는 한결같다. “무관중 경기, 정말 할 짓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축구장이 단순한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모여 떠들고 즐기는 축제의 무대다. 유럽에서 가장 관중들의 응원 열기가 높다. 그래서 경기장에 가는 것은 삶과 문화이며 ‘소셜 이벤트’가 된다.
이런 관중에 익숙했던 선수들이 무관중 상태에서 동기 부여가 될 리가 없다. 이날 경기를 운영한 아이테킨 주심은 “무서운 분위기였다”고 토로했다. 도르트문트의 젊은 스타 엘링 홀란드도 12일 파리생제르맹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무관중 경기 패배 뒤, “팬들이 그리웠다. 무관중 경기의 분위기가 섬뜩했다”고 토로했다.
축구에서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경제적인 문제를 중심에 두는 구단 관계자들은 언론이나 팬들한테 욕을 많이 먹는다. 축구는 돈 이상의 무엇이기 때문이다.
분데스리가 선수들은 4월 말 팬들과 만날 기대를 품고 모두 개인 훈련 중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무관중 경기로 재개된다면, 그땐 선수들의 반발이 문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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