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다.”
김대길 축구 해설위원은 손흥민(28·토트넘)의 20일 해병대 입대를 이렇게 평가했다.
실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영국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5월 초 개막이 무산됐고, 언제 열릴지 기약이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조로 훈련도 이뤄지지 않는다.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이 탕기 은돔벨레 등 선수 3~4명을 데리고 런던 공원에서 훈련을 진행하다가 8일 여론의 질책을 받은 것만 봐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모리뉴 감독은 경찰로부터 경고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단체 연습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20일 제주 해병부대로 입소할 예정인 손흥민은 2월 입은 오른팔 골절 부상에서 거의 회복됐다. 틈틈이 손흥민의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는 토트넘 구단 쪽이 7일 “손흥민이 한국에서 군 복무를 시작한다”고 밝힌 것은 군사훈련을 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는 것을 뜻한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손흥민이 충분히 훈련을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한가한 때 쏠쏠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귀국해 자가 격리 중인 손흥민이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마치더라도 병역에서 완전히 풀리는 것은 아니다.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 만큼, 34개월 복무 기간에 544시간의 봉사활동을 마쳐야 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영국과 국내에서 틈날 때마다 자신의 축구 재능을 살려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 4시간씩 1주일에 5일 20시간을 채운다 해도, 꼬박 28주(7개월)가 걸리는 장기 레이스다. 또 대충대충 할 수도 없다. 프리미어리그와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손흥민이 느낄 압박감은 크다.
대한축구협회와 토트넘 구단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영국에 체류하거나 한국에 일시 귀국할 때 손흥민의 봉사활동 스케줄을 짜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손흥민은 훈련소에 들어갈 때 최대한 언론의 관심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자칫 취재인력들이 모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제주도는 청정지역이기도 하다. 군 당국도 이런 면을 고려해 외부로 드러나지 않게 손흥민의 입영을 안내할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서는 손흥민의 해병대 훈련 과목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대중지들은 주로 훈련의 강도, 화생방 훈련, 사격술, 행군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평소 운동으로 단련된 손흥민일지라도 군사훈련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축구 관계자는 “병역의무는 누구나 지는 것이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부상 부위 근육 강화 등 재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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