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하고 싶다. 하지만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다.”
정몽규(58)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14일 코로나19로 인한 축구대표팀 간 A매치 중단과 프로축구 K리그 연기 등에 대한 답답함을 이렇게 말했다. 3월 예정됐던 5~6차례의 대표팀 경기가 취소되면서 축구협회가 입은 수입 결손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프로축구 K리그 1~2부도 코로나19로 인한 추정 손실을 575억원으로 집계하고 있다.
중계권과 후원료, 광고, 티켓판매 등 수입원이 뻔한 상황에서 정 회장의 가슴은 타들어 가는 것 같다. 하지만 해법이 만만치 않다. 프로축구가 5월 중에 개막한다고 해도, 2020 월드컵 2차 예선 등 외국팀과의 A매치 개최에는 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정 회장은 “밀집한 상태의 서포터스 응원을 제한하고, 관중들을 떨어뜨려 앉히는 등 신경을 쓰더라도 선수 간 접촉은 피할 수 없다. 국제축구연맹도 안전을 가장 강조하고 있어 신중하게 A매치 경기 개최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파울루 벤투 감독과는 협회 차원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정 회장은 “K리그가 개최돼야 벤투 감독도 선수 점검을 할 텐데 지금은 옴짝달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협회는 어느 때보다 바빠진다. 월드컵 2차 예선 등 미뤄진 경기를 치러야 하고, 이로 인해 내년 최종예선은 빡빡한 경기 일정을 짧은 시간에 마쳐야 한다. 도쿄올림픽 출전을 포함하면 두 개의 굵직한 사업이 대기하고 있다. 정 회장은 “A팀은 국제 경쟁력의 내실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올림픽 대표팀은 도쿄 대회가 시차나 기후, 음식 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기대를 모은다”고 소개했다.
축구협회는 지난달 도쿄올림픽 1년 연기 결정 뒤 국제축구연맹 등에 “내년 24살이 되는 97년생의 출전권 보장”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고, 실제 김학범호의 97년생들이 구제됐다. 정 회장은 “조마조마하던 선수들이 무척 기뻐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기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축구협회는 올 초 나이키와 2031년까지 장기계약했고, 방송 중계권 판매방식을 바꾸는 등 변화를 시도했다. 늘 비즈니스 마인드를 강조하면서 협회의 체질도 바꾸고 있다.
축구대표팀의 상징인 백호 앰블럼을 단순화한 것도 상품화 사업을 쉽게 하기 위한 조처다. 정 회장은 “호랑이 같지 않고 사자처럼 생겼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여러 번 보면 점점 친근해질 것으로 본다. 호랑이 줄무늬 유니폼도 대표 선수들이 실제 입고 뛰는 모습을 보면 감흥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임직원과 벤투 감독 등의 급여 반납에 동참해 축구인들을 지원했고, 단체헌혈과 파주트레이닝센터 병동대여로 코로나19 복구에 나서는 등 사회 공헌 활동을 앞장서 이끌어왔다.
축구에 쓰는 돈만 연간 1000억원에 가까운 ‘현대가’ 출신의 기업가로 축구협회를 이끄는 그는 매주 화요일 열리는 임원회의에 거의 빠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식과 채식을 강조하는 정 회장은 “맡으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은 없다”며 웃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