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가 아닌 경험, 이른바 ‘스트리밍 시대’입니다. 스트리밍은 실시간 재생 기술로,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데이터가 처리된다는 뜻입니다. <스트리밍 스포츠>에서는 새로운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스포츠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시대 흐름과 기술 발전에 따라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도 변한다. 과거 스포츠는 직접 경기장을 찾아 관람해야만 했다. 그러나 라디오의 발명으로 1911년 스포츠 중계가 시작됐고, 전문 중계진이 등장했다. 티브이는 스포츠 중계를 하나의 볼거리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어떤 팀과 선수가 경기하는지 만큼이나 어떤 사람이 중계하느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인터넷은 스포츠 중계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제 팬들은 티브이 대신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스포츠를 즐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마찬가지. 아이티(IT) 기업 아마존은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중계하는데, 다시 보고 싶은 장면을 간단한 클릭이나 터치로 바로 돌려보고, 경기 기록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해설을 완전히 배제하고 경기장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서비스는 축구 경기장을 그대로 시청자들의 눈앞에 옮겨온 듯한 느낌을 준다. 영국 <비비시>(BBC)는 이에 대해 “집에서 축구를 관람하는 미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아이티(IT) 기업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프리미어리그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누리집 갈무리
인터넷은 개인방송도 활성화했다. <에스비에스>(SBS)에서 프리미어리그를 중계했던 박문성 해설위원은 지난해 1월 아프리카TV 방송을 시작했다. 그가 운영하는 <달수네라이브>는 누적 시청자가 1년 만에 1500만명을 넘겼다. 시청자와 소통하며 경기를 보고, 전문 해설위원의 강점을 살려 경기에 대한 평가와 분석도 제공한다.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개인방송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전문 해설위원까지 개인방송에 진출하는 것이다.
박문성 해설위원이 아프리카TV <달수네라이브>에 나와 토트넘과 왓퍼드의 경기를 분석하고 있다. 아프리카TV 갈무리
개인방송만의 매력도 있다. 전문적인 해설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팬들의 눈높이에 맞춰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중계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TV 비제이(BJ) 서정민은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편파중계를 하면서 롯데 팬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팬들은 함께 롯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경기를 본다. 아프리카TV에는 이런 종류의 편파 중계들이 매 경기마다 펼쳐진다.
롯데 자이언츠 편파 중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비제이 서정민이 29일 롯데와 엔씨(NC) 간 시범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아프리카TV 갈무리
아프리카TV는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시즌 아프리카TV는 K리그와 프로야구 등 국내 스포츠는 물론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등 해외 스포츠 중계권까지 확보했다. 종목도 축구, 야구, 농구, 배구는 물론 격투기, 당구, 이스포츠까지 다양하다. 특히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가 늘어나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스포츠를 즐기고 싶어하는 팬들의 개인방송 시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TV는 올 시즌 이미 케이비오(KBO) 리그 중계권을 확보하고, 시범 경기 중계에 들어갔다.
주식회사 중계진이 ‘끝장전’ 경기를 중계하는 모습. 왼쪽부터 임성춘 해설위원, 박상현 캐스터, 이승원 해설위원. 아프리카TV 갈무리
‘주식회사 중계진’은 아예 중계 자체를 브랜드화했다. 이들은 박상현 캐스터와 이승원·임성춘 해설위원이 중심이 된 일종의 중계 플랫폼으로 스타크래프트 등 이스포츠를 주로 다룬다. 팬들은 이들이 나누는 만담에 가까운 중계에 푹 빠져있다. 임성춘 해설위원은 “과거 티브이 방송 때는 시청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의견을 받을 수 없었는데, 이제는 경기나 중계에 대한 의견을 직접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