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성남FC 감독이 9일 오후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광주FC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전반 4분 결승골, 전반 11분 쐐기골. 그것으로 끝이었다.
초보 사령탑 김남일(43) 성남FC 감독이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반 초반 드러난 ‘돌아온 골잡이’ 양동현 효과는 만점이었다. 그를 선택한 김 감독의 판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공격의 선이 깔끔하고 경제적이었다. 올해 감독 데뷔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공격축구를 하겠다”는 약속이 빈말이 아니었다.
9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20 1라운드 경기. 성남은 양동현의 멀티 골로 광주FC에 2-0 완승했다. 지난 시즌 득점 최하위(30골)의 팀의 새로운 변신이다.
성남 승리의 수훈갑은 양동현. 1m86의 양동현은 머리로 발로 두 골을 터트리며 결정력을 과시했다. 빠른 침투 패스와 측면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한 첫 골은 김 감독의 전술이 통한 작품이다. 두번째 골은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 두 명을 완벽하게 따돌리면서 얻은 것으로 양동현의 개인기와 침착함의 결과였다.
김 감독은 시즌 전부터 양동현에 특화된 득점로를 연습했다. 양동현의 파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2선 공격진이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도록 ‘약속된 플레이’에 주력했다. 성남 구단 관계자는 “개막 전 모든 연습경기를 비공개로 했다. 다른 구단이 와서 몰래 영상을 찍을까 봐 보안 속에 치렀다”고 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득점력 부재의 해법을 찾아냈다.
공격이 치밀했다면 수비는 냉정했다. 성남은 지난해 K리그2 득점왕 펠리페와 새로 영입한 코스타리카 대표 출신 마르코를 앞세운 광주의 역공에 부닥쳤다. 하지만 포백의 틀은 유지하면서, 때로는 파이브 백으로 내려서며 펠리페와 마르코를 꽁꽁 묶었다. 물러서다가도 기회가 나면 측면 수비수들은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더 강한 상대들이 기다린다. 선수 시절 ‘진공청소기’로 불린 김 감독은 데뷔전 승리를 두고, “초보감독이라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쉬운 상대는 없다. 상대가 잘하는 걸 무력화하고, 대처를 잘할 수 있도록 분석을 잘해 나가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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