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경기에서 수원과 울산의 선수들이 스피커 응원 함성 속에 몸싸움을 펼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오오~ 수원 사랑~” 경기 전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응원가와 함성. 선수 입장 행진곡도 변함없고, 골이 터지면 “골 넣은 선수는 누구?”라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까지 똑같다. 수원 관계자는 “두 차례 예행연습했다. 음량의 크기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코로나19의 ‘도전’에 따른 ‘응전’은 무관중 축구장의 풍경도 바꾸고 있다. 창조적 힘으로 보인다.
수원 삼성이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의 프로축구 경기에서 막판 주니오에 결승골을 내줘 2-3으로 졌다. 수원은 2패, 울산은 2승으로 희비가 갈렸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승패 못지않게 수원이 준비한 응원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수원 구단은 90분 내내 스피커를 통해 다양한 효과음을 내보냈다. 울산이 거친 반칙을 하면 “우~”하는 야유가 스피커에서 터져 나왔고, 수원의 결정적 장면에서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수원 홍보 관계자는 “팬들한테 유튜브 응원 영상에서 음악만 받아 녹음했고, 선수들의 연습경기 때 틀어주면서 소리의 크기를 조절했다. 쉼 없이 함성을 적당한 크기로 지속해서 틀어준다. 공격과 수비, 코너킥 등 상황에 따라서도 변화를 주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런 음향효과는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특히 수원 선수들은 과감했고 적극적이었다. 분위기도 수원이 먼저 잡았다. 수원은 전반 44분 고승범의 중거리 골, 후반 1분 크르피치의 추가골로 2-0으로 앞서갔다. 보스니아 리그 득점왕 출신인 크르피치의 K리그 데뷔골이었다.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울산 주니오가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울산은 강했다. 윤빛가람과 신진호, 고명진 등 미드필더의 공 연결이 날카로웠고 오른쪽 측면의 이청용과 김태환 등 드리블과 돌파 능력을 갖춘 선수들의 크로스는 질이 높았다. 측면 공격수 김인성과 최전방 골잡이 주니오의 결정력은 헨리를 앞세운 수원의 수비와 노동건 골키퍼도 막을 수 없었다.
울산은 후반 8분 주니오의 추격골로 시동을 걸었고, 15분 김인성의 동점골, 44분 주니오의 쐐기골로 역전승을 거뒀다. 수원은 막판까지 사력을 다해서 뛰었으나 정승현 등이 막아선 울산의 수비벽을 넘지 못했다.
수원/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16일 전적
상주 2-0 강원, 대구 1-1 포항, 전북 1-2 부산
17일 전적
수원 2-3 울산, 성남 0-0 인천, 서울 1-0 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