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각) 열린 독일 분데스리가 쾰른과 뒤셀도르프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공을 다투고 있다. 쾰른/AP 연합뉴스
독일 분데스리가는 K리그보다 일주일 늦게 시작했다. 하지만 세계 축구가 거의 멈춘 상태라 세계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분데스리가가 멈춘 시간은 정확히 9주일이다. 다시 돌아온 분데스리가는 무관중 경기다. 팬들로 가득 찼던 경기장엔 오로지 322명만이 입장한다. 이 가운데 선수와 코치진, 지원팀, 심판진은 경기 당일 일찍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는다.
독일은 25일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수가 18만명 이상이고 하루에 약 5백명의 신규 환자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학생 등교를 시행하고, 그동안 잠정 폐쇄했던 미용실, 식당 등의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축구도 다시 시작됐지만 모든 사람이 리그 재개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축구 강국 독일에는 의외로 많은 반대자가 있다. 가장 큰 비판은 독일축구연맹(DFL)에 쏠린다. 연맹이 재정 손실을 줄이기 위해 사람의 건강보다 리그 재개를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클럽들은 어느 정도 관중 수입 감소를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텔레비전 중계권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손해가 너무 커진다.
분데스리가 생중계는 원래 유료 텔레비전을 통해 이뤄졌다. 코로나19로 무관중 경기로 재개된 뒤로는 관대하게도 무료 텔레비전에도 많은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그러나 술집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축구를 보는 것은 여전히 금지되어 있어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혼자 응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K리그에서는 경기장 현장에서 스피커 음향으로 관중 효과를 내고 있지만 독일은 그렇지 못하다. 바이에른 뮌헨의 토마스 뮐러는 무관중 경기 뒤 “저녁 9시에 벌이는 아저씨들의 조기 축구 같았다”라고 말했다.
팬이 없는 것은 선수들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권창훈의 소속팀인 프라이부르크의 크리스티안 스트라히 감독은 경기장의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이 작은 클럽들에는 더 불리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선수들은 다시 뛸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기뻐한다.
이미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에서는 리그를 마감했다. 유럽의 빅 리그 가운데 분데스리가만 경기를 시작해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리그에 희망을 주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축구 재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천천히 예전 삶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스포츠가 국민의 심리적 안정을 돕고 있다고 본다. 나라 밖에서도 분데스리가를 칭찬하는 소리가 들린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면서 “그들은 그것을 계획하고 그것을 바로 한다”고 했다.
여러 논쟁이 있지만 축구 팬들은 다시 주말을 기다리고 있다. 적어도 90분 동안 팬들은 코로나19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
mhan2002@hanmail.net
23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경기장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선수들이 코로나19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고 있다. 뮌헨/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