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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8일’ 부천 팬들은 왜 제주와의 맞대결을 고대했을까?

등록 2020-05-27 15:10수정 2020-05-28 02:04

K리그 속 뜨거운 라이벌 세계
2006년 부천SK, 제주도로 갑작스러운 연고 이전
팀 잃은 팬들은 시민구단 부천FC 1995 창단
제주가 2부리그로 강등되며 맞대결 성사돼 관심
열심히 뛰었지만 무뎠던 부천… 결국 0-1 패배
2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K리그2 부천FC와 제주의 경기 뒤 부천의 김영찬이 아쉬움을 이기지 못해 경기장에 엎드려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K리그2 부천FC와 제주의 경기 뒤 부천의 김영찬이 아쉬움을 이기지 못해 경기장에 엎드려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5228일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쉬움은 또 남았다.

2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K리그2(2부리그) 부천FC 1995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는 치열했다. 부천 선수들의 패스는 더 강했고, 제주 선수들도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간 듯했다. 이날 경기는 부천 팬들이 14년을 기다려온 맞대결이었다.

부천과 제주의 ‘악연’은 2006년 2월2일 시작된다. 1996년 부천에 둥지를 틀었던 부천 에스케이(SK)는 갑작스럽게 연고지 이전을 발표했다. 행선지는 제주도. 도에서 클럽하우스 부지 등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부천 에스케이는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름을 바꿨다. 부천 팬들은 하루아침에 팀을 잃었다.

부천 FC가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맞아 공개한 예고 포스터. 부천FC 제공
부천 FC가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맞아 공개한 예고 포스터. 부천FC 제공

팬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이들은 같은 해 3월 ‘새로운 부천 축구클럽 창단 시민모임’을 만들었고, 2007년 12월1일 시민구단 부천FC를 창단했다. 아마추어대회 K3리그에 참가한 부천은 2012년 프로구단 전환에 성공해 K리그2 진출을 이뤘다.

부천이 프로 무대에 올라서면서 고대한 것은 연고지를 떠난 제주와의 맞대결. 하지만 제주가 K리그1에 있었기 때문에 두 팀은 만날 수 없었다. 축구협회(FA)컵 대진에서도 두 팀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올 시즌엔 달라졌다. 제주가 2부 리그로 강등됐기 때문이다. 부천 에스케이 시절 활약한 남기일 감독이 제주를 맡으면서 팬들의 관심은 더 커졌다. 1996년 부천 에스케이에서 데뷔해 7년간 뛰었던 그가 ‘숙적’ 제주 사령탑으로 부임해 부천과 맞서게 된 것이다. 개막 뒤 부천은 3연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고, 제주는 리그에서 1승도 챙기지 못한 채 부진한 점도 주목 받았다.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남기일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6일 숙명의 경기는 부천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너무 부담을 느낀 탓일까? 열심히 뛰었지만, 날카롭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추가시간 제주 주민규(30)에게 헤딩 결승골을 허용했다. 제주의 1-0 승리. 부천 선수들은 경기장에 주저 앉아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부천은 제주에 올 시즌 첫 패배를 당하며 3승1패(승점 9)로 리그 2위로 떨어졌다. 제주는 값진 첫 승리를 따내며 1승1무2패(승점 4)로 6위에 올랐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주민규가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주민규가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멋진 ‘되갚음’의 꿈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로 부천과 제주는 K리그의 새로운 라이벌 이미지를 남겼다. 부천 팬들은 경기장에 제주에 대한 비난 대신 부천을 응원하는 걸개를 걸어 ‘라이벌전’의 격을 높였다.

축구의 라이벌 대결은 흥행의 요소다. 2009∼2012년 두 차례씩 우승하며 라이벌 관계로 떠오른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전설매치’,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현대가 더비’,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동해안 더비’, 수원 삼성과 서울의 ‘슈퍼매치’ 등이 유명하다. 2부 리그에서도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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