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경쟁은 K리그1보단 K리그2?
지난 31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K리그2 수원FC와 부천FC의 경기. 리그 선두 간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이 경기는 전반 5분 만에 부천 이현일의 선제골로 균형이 깨졌다. 하지만 ‘인민날두’ 안병준(30·183cm)이 있는 수원은 무너지지 않았다. 전반 30분 안병준은 수비수 2명 사이를 과감하게 돌파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안병준은 득점 뒤 거칠게 포효했는데, 무관중 경기라 소리가 더 생생했다. 수원은 이현일에게 추가골을 내줘 1-2로 졌지만, 안병준은 리그 6골로 득점 공동 1위를 달렸다.
안병준은 재일동포로 북한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 일본 가와사키 프론탈레 등을 거쳤고 2019년부터 수원FC에서 뛰고 있다. 첫 시즌에는 무릎을 다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번 시즌 5경기 6골로 기량이 만개했다. 저돌적인 돌파와 몸싸움이 강점인데, 수비에도 충실해 팀의 살림꾼으로 꼽힌다.
대전 하나시티즌의 안드레 루이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전 하나시티즌의 안드레 루이스(23·179cm)도 이번 시즌 득점왕 후보다. 안드레는 지난 30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의 경기에서, 1-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성공으로 무승부를 이끌었다. 대전은 승점 1을 챙겼고, 안드레는 리그 6골로 득점 공동선두 자리를 지켰다.
안드레는 이번 시즌 브라질 코린치안스에서 임대 이적해온 선수다. 대전이 K리그1 승격을 염두에 두고 영입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단단한 체구에 폭발적인 속도를 갖고 있고, 브라질 선수답게 뛰어난 발기술을 장착했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민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제주 유나이티드의 주민규(30·183cm)는 안병준과 안드레의 득점왕 ‘양강구도’를 뒤흔들 다크호스다. 지난 시즌 K리그1 울산 현대에서 뛰다 2부로 강등된 제주로 이적하는 어려운 선택을 했다. 올 시즌 활약을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만하다. 울산에서 주니오에게 밀려 보여주지 못했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키가 큰 건 아니지만, 공중볼을 잘 따내고 과감한 돌파도 눈에 띈다. 주민규는 현재 리그 4골로 득점 3위를 달리고 있다.
골의 순도가 아주 높다. 지난 31일 안산 그리너스와의 경기에선 전반 27분 선제골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26일 부천FC와의 라이벌전에서는 막판 결승골을 터뜨렸다. 주민규는 경기 최우수선수(MVP)에 세 차례 올라, 안드레와 함께 공동 1위다.
세 선수의 득점왕 경쟁으로 K리그2 흥행 열기도 뜨겁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일 K리그2 포털사이트 중계 동시 접속자수가 평균 1만3647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1∼5라운드(7595명) 대비 80% 증가한 숫자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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