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한국시각)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와 왓퍼드 경기 중 왓퍼드의 트로이 디니(왼쪽)가 ‘무릎 꿇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인종차별이 축구 해설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분석 업체 ‘런리피트’는 29일(현지시각) “총 80개 축구 경기를 분석한 결과, 축구 해설에서도 인종차별적 편견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해설자들이 피부색이 밝은 선수에 대해선 지능, 노력, 직업 정신 등을 주로 언급하지만 피부색이 어두운 선수의 성과는 힘과 속도 등 타고난 신체능력에 의한 것으로 평가해 결과적으로 이들의 노력을 과소평가 한다는 분석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선수 지능을 칭찬하는 논평은 62.6%가 피부색이 밝은 선수를 향했지만 비판 논평은 63.33%가 피부색이 어두운 선수를 향했다. 반면 피부색이 어두운 선수를 평가할 땐 피부색이 밝은 선수에 비해 힘(6.59배)과 속도(3.38배)를 더 많이 언급했다.
연구진은 “만약 해설에 인종차별적 편견이 없다면, 피부색에 관계 없이 선수들에 대한 의견 분포가 비슷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선수에 대해 논평하는 미디어의 방식이 편향됐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제이슨 리 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PFA) 평등 담당 이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피부색을 근거로 축구 선수들의 속성을 묘사하는 것이 인종차별적 편견임을 보여준다. 해설자의 논평은 사람들의 인종적 편견을 더욱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지원한 선수협회는 영국 스포츠 방송 <스카이스포츠>와 토론회를 여는 등 관련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6개월 간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라 리가·세리에A·리그앙 총 80경기 속 2073건의 영어 해설 논평을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이에스피엔> 등 방송사 7곳, 선수 643명이다. 인종 대신 피부 밝기를 기준으로 선수를 구분했는데, 인기 컴퓨터 게임 ‘풋볼매니저(FM) 2020’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피부 밝기 수치 1∼11은 ‘더 밝은 피부색’, 12∼20은 ‘더 어두운 피부색’으로 분류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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