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르 카시야스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스페인 축구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의 영원한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39·FC포르투)가 현역 은퇴했다.
카시야스는 4일(한국시각)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카시야스는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과 동반자다. 나는 꿈꾸던 목적지에 도달했다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팀 출신인 카시야스는 1999년 18살 나이에 레알 마드리드 1군 데뷔에 성공했다. 이후 레알 마드리드에서 16년 동안 활약하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회, 유럽 슈퍼컵 2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5회, 스페인 국왕컵 2회 우승 등을 일궜다. 2015년에는 포르투갈 포르투로 이적해 두 차례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카시야스는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전성기도 이끌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주전 골키퍼로 뛰며 스페인의 첫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고, 2008·2012 유럽축구대회(유로)를 제패할 때도 ‘무적함대’의 골문을 지켰다.
카시야스가 대표팀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2002 한일월드컵. 카시야스는 2002 월드컵 명단에 포함됐지만, 당시 주전 골키퍼였던 산티아고 카니사레스의 백업 멤버였다. 하지만 월드컵 직전 카니사레스가 떨어지는 향수병을 발로 트래핑하다 다치는 황당한 부상을 당했고, 카시야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전 골키퍼가 된 카시야스는 16강 아일랜드와 경기에서 페널티킥과 승부차기를 잇달아 막아내며 팀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후 스페인은 8강에서 한국에 승부차기로 져 탈락했지만, 카시야스는 팀의 주전 골키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5월 훈련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뒤 은퇴설이 돌았고,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번복하긴 했지만 올해 스페인 축구협회장 출마 의지를 밝히는 등 축구행정가로의 변신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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