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름 석자, 하지만 이제부터다.
K리그의 고졸 새내기가 폭우 뒤 햇살처럼 환하게 빛났다. 팀 위기 상황에서 해결사 몫을 해줘 더 인상적이었다. FC서울의 정한민(19)과 포항 스틸러스의 고영준(19)이 주인공이다.
서울의 유스팀인 오산고 출신의 정한민은 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첫 안방 유관중 강원FC와 경기(2-0승)에서 결승골을 작렬했다. 전반 39분 역습 상황 때 윤주태의 맞춤한 패스를 받아, 벌칙구역 정면에서 강한 오른발 땅볼 슛으로 골문을 시원하게 열었다. 시즌 하위권에 맴돌던 서울은 2연승을 내달리면서 중위권(승점 16)으로 발돋움했다.
적극적인 슈팅과 몸싸움, 수비 가담,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가 돋보이는 정한빈의 발탁은 신임 김호영 감독대행의 과감한 결정에서 나왔다. 김 감독대행은 부임 첫 성남전(2-1승)에 정한민을 투입했고, K리그 두번째 투입만에 결실을 냈다.
최전방에 윤주태를 붙박이로 세우고, 중원 자원의 활동량을 높이면서 전체적으로 팀의 공격력이 상승했다. 고교 득점왕 출신으로 1m83의 탄탄한 체구를 갖춘 정한민은 “감독님이 수비가담도 주문했지만, 공격에서는 내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해, 감독의 신뢰가 뒤에 있었음을 밝혔다.
포항의 유스팀인 포항제철고 출신의 고영준도 당돌함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특급 신인이다. 8일 스틸야드 첫 안방 관중 앞에서 교체 투입된 그는 후반 45분 극적인 동점골(1-1무)로 팀에 승점 1을 안겼다. K리그 데뷔골.
발 기술과 빠른 반응 동작, 시야를 갖춘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 팀에는 K리그 최정상의 팔로셰비치, 팔라시오스 등이 버티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하지만 팔라시오스가 직전 전북전 퇴장으로 못 나오자, 이날 후반 출전해 만점활약을 펼쳤다.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골지역 앞에서 일류첸코가 넘기자 정밀한 오른발 터치로 골문을 뚫었다. 전북전 패배 뒤 2연패 위기에서 동점골이 터지자 김기동 포항 감독은 더 기뻐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K리그는 강력한 압박과 활동량, 빠른 패스 속도로 외국 선수들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연습경기나 전지훈련 때부터 유스 선수들이 훈련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2살 이하 선수 의무 출전 제도 등도 K리그의 샛별이 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8일 전적
포항 1-1 광주, 울산 0-0 수원, 대구 0-2 전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