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24)가 K리그1 성남FC의 구원 투수로 떠올랐다.
나상호는 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인천과 원정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날카로운 오른발 프리킥과 재치있는 중거리슛. ‘벤투호 황태자’다운 모습이었다. 나상호는 12일 K리그1 15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올 시즌 6개월 단기임대로 성남에 온 나상호에게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2018년 광주FC에서 K리그2 득점왕(16골)을 차지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2019년 일본 J리그 도쿄FC로 이적한 뒤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 오히려 팀에 자리 잡지 못하고 겉도는 모습이었다.
성남에서는 국가대표 공격수라는 기대감과 함께 리그 적응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다. 6개월이란 짧은 계약 기간도 부담이었다. 미처 적응하기도 전에, 임대 기간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상호는 2달 만에 팀에 완전히 녹아들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듬직하게 뒤를 받쳐준 김남일 성남 감독의 믿음이 큰 힘이 됐다.
9일 인천과 경기는 성남 입장에선 중요한 고비였다. 성남은 최근 10경기에서 단 1승 밖에 따내지 못했고, 최하위 인천은 꼭 이겨야 하는 상대였다. 김남일 감독은 6경기 동안 득점이 없던 나상호를 선발 투입하며 신뢰를 보냈고, 선수는 멀티골로 부응했다. 김남일 감독은 경기 뒤 “기다린 보람이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나상호도 “골을 넣으면서 컨디션이 100%가 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올 시즌 성남은 득점 11위(12골)에 머무를 정도로 결정타 빈곤에 시달렸다. 이 때문에 ‘양강’ 전북과 울산에 이어 최소 실점 3위(16골)를 기록하면서도 리그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나상호가 살아나면서 리그 6위(승점 17)로 도약했다. 나상호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상위권 진입도 노려볼 수 있다. 성남은 14일 부산 아이파크와 안방 맞대결에서 리그 2연승을 노린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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