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바르셀로나가 키케 세티엔 감독(62)을 경질했다. 부임 7개월 만의 일이다.
바르셀로나는 18일(한국시각) 세티엔 감독 해임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 2-8 대패를 당한 지 3일 만이다.
세티엔 감독은 지난 1월 바르셀로나 사령탑에 부임했다. 2001년 라싱 산탄데르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년 가까이 스페인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7개월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올 시즌 모든 우승컵을 놓쳤다. 리오넬 메시(33)에 의존했고, 노쇠한 선수단의 세대교체에도 실패했다. 챔피언스리그 8실점 패배는 결정타가 됐다. 총 전적은 16승4무5패.
세티엔 감독 경질이 축구계 판도 변화를 자극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이탈리아 유벤투스는 마우리시오 사리(61) 감독을 경질했다. 유벤투스가 리옹에 패해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한 직후였다. 한 시대를 평정했던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소속팀 감독이 한꺼번에 물러난 셈이다.
‘티키타카’로 대표되는 바르셀로나식 축구의 종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바르셀로나는 패스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펼친다. 세티엔 감독을 선임할 때도, “그가 점유율 중심 축구를 펼쳤고, 바르셀로나 축구 철학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한 요소였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더는 통하지 않았다. 티키타카 원조 격인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가 프랑스 리옹에 무너지며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떨어진 것도 이런 분석에 설득력을 더한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대진표도 확 달라졌다. 유럽 3대 리그로 꼽히는 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 팀들은 모두 탈락했다. 반면 뮌헨과 RB라이프치히, 파리 생제르맹과 리옹 등 독일과 프랑스 팀들이 4강에 올랐다. 지난해 4강은 잉글랜드(토트넘, 리버풀), 스페인(바르셀로나), 네덜란드(아약스) 팀으로 구성됐다.
한편 바르셀로나 차기 감독으로는 팀 레전드 출신 로날드 쿠만(57)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이 유력하다. 현지 언론은 바르셀로나가 쿠만 감독과 2년 계약을 체결했고, 네덜란드 축구협회에 위약금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