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가 아닌 경험, 이른바 ‘스트리밍 시대’입니다. 스트리밍은 실시간 재생 기술로,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데이터가 처리된다는 뜻입니다. <스트리밍 스포츠>에서는 새로운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스포츠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골망을 흔드는 시원한 슈팅. 팀원과 뜨거운 우정. 승리를 향한 열정까지.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을 꾼다. ‘손흥민 같은 축구 스타, 내가 그 주인공이 될 순 없을까?’ 이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유튜브 <상도동 말디니>를 운영하는 박진형(34)씨. <한겨레>는 모든 축구 팬이 ‘우리 동네 손흥민’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그를 만났다.
‘상도동 말디니’ 박진형씨가 FC도르마무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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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진형
박진형씨는 아마추어 축구팀 FC도르마무 감독이다. 쉽게 말하면 조기축구팀 감독이다. 여러 조기축구팀 중에서도 도르마무는 특별하다. 드론으로 경기를 촬영하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제작한다. 지피에스(GPS)를 활용해 선수 개인 활동량도 측정한다. 이렇게 모인 영상과 자료는 유튜브로 공개한다.
FC도르마무의 훈련 과정을 담은 영상. 지피에스를 통해 각종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갈무리
선수들은 자신이 슛하고 패스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다. 유튜브에 ‘손흥민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리듯 자신의 하이라이트 영상도 게시한다. 매 경기 활동량을 측정하며 변화를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자신의 ‘축구 역사’를 쌓아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작전 회의 중인 박진형씨와 도르마무 선수들. 박진형씨 제공
도르마무는
영국 아마추어 축구팀 에스이 돈스(SE DONS)FC를 모델로 했다. 이 팀도 경기 영상 등을 유튜브로 공개한다. 그 인기가 폭발적이라, 구독자가 18만명이 넘는다. 선수마다 응원가도 있다. 박씨는 “언젠가 이 팀과 친선 경기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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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내 운명?
박씨는 대학 때 “술이나 얻어먹자”는 생각으로 축구동아리에 가입했다. 하지만 “운동 신경도 안 좋고 공도 못 차서” 술 대신 욕을 먹기 일쑤였다. 그래도 “100번 해서 99번 실패해도 1번은 성공할 때”가 있었고, ‘잘했어’라는 말을 들으며 “팀에 기여했다는 희열”을 느끼며 축구의 매력에 빠졌다.
손흥민과 토트넘 홋스퍼 동료들. 축구는 팀이 하는 스포츠다. AP 연합뉴스
시간이 흐르면서 박씨는 축구와 점차 멀어졌다. 취업을 위해 영국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실망의 연속이었다. “막상 가보니 배우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축구가 다시 찾아왔다. 아마추어 축구 촬영 업체를 차려보자는 제안이었다. 고심 끝에 귀국을 결정했다.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회사는 대표적인 스포츠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했다. ‘고알레’가 바로 그 주인공. 성공과 함께 고민도 따라왔다. 회사가 커지면서 프로 무대와 접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박씨에겐 맞지 않는 옷 같았다. 고심 끝에 고알레를 매각하고 개인 유튜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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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우리 동네 손흥민’
박씨의 유튜브 채널 <상도동 말디니>는 그가 고알레부터 쓰던 별명이다. 당시 그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며 이런 별명을 붙였다. “그냥 영상을 올리기보단 이렇게 캐릭터를 만들어주면 더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신길동 메시’ ‘일산 포그바’ 등이 탄생했다.
박진형씨가 고알레 시절 만든 콘텐츠. 유튜브 갈무리
박씨는 축구를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는 “프로라면 승부에 집중해야겠지만, 아마추어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르마무 선수들의 실력을 측정해 게임처럼 ‘티어’를 정하는 영상을 올리는 등 아마추어 축구를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티어’를 정하기 위한 배치고사를 보고 있는 FC도르마무 선수들. 유튜브 갈무리
FC도르마무와 박씨의 목표는 “즐기는 축구의 롤모델이 되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프로 선수가 아니다 보니 함께 모여 훈련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 과정조차 그에겐 즐겁다. “실력에 대해 너무 고민하지 말고, 축구 자체를 즐겨보세요.” 오늘도 그는 축구를 전도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