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선수들이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 울산 현대와 경기에서 골을 넣은 이승기를 둘러싸며 좋아하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필사의 싸움.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전북이었다.
조제 모라이스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축구협회(FA)컵 결승 2차전에서 이승기의 멀티골로 울산 현대를 2-1로 꺾어, 1~2차전 합계 3-2로 정상에 올랐다. 전북은 2005년 이후 통산 4번째 대회 우승컵을 차지했다. 전북의 이승기는 대회 최우수선수, 구스타보는 득점왕(4골)에 선정됐다.
은퇴를 선언한 이동국(전북)도 후반 막판 투입돼 그라운드 위에서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정규리그, 축구협회컵,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제패를 경험해 ‘커리어 트레블’을 달성했다.
전북은 정규리그에 이어 한 해 두개의 트로피를 확보해 ‘더블’을 이뤘다. 전북이 더블을 차기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전북은 18일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하는데, 세 개의 트로피를 뜻하는 트레블을 노린다.
K리그 최강의 팀인 ‘현대가’ 두 팀의 승리 열망은 90분 내내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졌다. 출발은 울산이 좋았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단 한차례도 전북을 이기지 못했고(3패), 정규리그 우승컵도 2년 연속 전북에 빼앗긴 울산 선수들의 전투욕은 매우 높았다. 특히 전반 3분 ‘득점기계’ 주니오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기세를 탔다. 주니오는 홍철의 문전 프리킥을 꺾어 헤딩슛 한 공이 송범근 골키퍼의 선방으로 흘러나오자 낮게 쓸어차며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이후 전북의 역습이 맹렬했다. 최전방의 조규성과 구스타보, 이들에게 공을 연결하는 김보경과 이승기, 손준호의 협력 플레이가 현란했다. 결국 후반 7분 이승기가 강력한 땅볼 슈팅으로 동점골을 생산했고, 후반 25분 추가골을 작렬해 승부를 뒤집었다. 두 골 모두 골키퍼 조현우가 막기에 힘들 정도로 빠르게 구석을 향했다.
울산도 그대로 주저 앉을 수 없었다. 비록 1~2차전 합계 점수 2-3으로 뒤지고 있었지만, 동점골만 터트리면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후반 30분께 미드필더 윤빛가람을 빼고 공격수 이근호를 투입했고, 역시 후반 투입한 이동경의 적극적인 돌파를 활용했다.
하지만 후반 33분 울산 김태환의 측면 크로스를 비욘 존슨이 골문 앞 헤딩으로 돌린 것이 전북의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는 등 마무리에서 운이 따르지 않았다. 막판 대대적인 역공도 마음이 급한 탓인지 정교한 작품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끝까지 선수들을 독려한 김도훈 울산 감독도 고개를 떨궜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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