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황의조(오른쪽)가 17일 오스트리아 마리아 엔처스도르프의 BSFZ 아레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뒤 도움을 준 손흥민과 좋아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황-황’, 두 황의 골로 이겼지만 아쉬움도 컸다.
파울로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7일(한국시각) 오스트리아 마리아 엔처스도르프의 BSFZ 아레나에서 치러진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황희찬(라이프치히)의 선제골과 황의조(보르도)의 결승골로 2-1로 이겼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안컵 8강에서 패배를 안겼던 카타르에 설욕했다. 또 이날 승리로 A대표팀은 통산 500승 고지에 올랐다. 카타르와 역대 맞전적은 6승 2무 3패.
벤투 감독은 황의조를 원톱 스트라이커로 내세우고 좌우 날개에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을 배치한 4-3-3 전술로 카타르를 상대했다. 2선 공격진은 남태희(알사드)와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맡았고, 정우영(알사드)이 수비형 미드필더를 꿰찼다.
포백 수비는 좌우 풀백에 윤종규(서울)와 김태환(울산)이 나섰고, 중앙 수비는 권경원(상주)과 원두재(울산)가 담당했다. 골키퍼는 구성윤(대구)이 멕시코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선발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은 강한 전방 압박으로 경기 시작 16초 만에 골맛을 보는 등 기분 좋게 출발했다. 황의조가 공을 빼앗아 골지역으로 패스하자, 황희찬이 텅 빈 골대에 선제골을 꽂았다. 16초 만의 골은 역대 A대표팀 최단 시간 골로 기록됐다.
하지만 전반 10분 카타르의 기습공격에 허를 찔리며 실점했다. 수비가 허겁지겁하는 사이 상대 알모에즈 알리가 벌칙구역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동점골을 꽂았다.
이후 한국은 수비와 빌드업의 문제를 노출했다. 애초 김민재(베이징 궈안), 김영권(감바 오사카) 등 핵심 중앙 수비수가 합류하지 못한 상태에서, 코로나 직격탄으로 6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없게 되는 불운이 겹치면서 빚어진 전력 공백의 탓이 컸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17일 오후 오스트리아 마리아 엔처스도르프의 BSFZ 아레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선수들은 벤투 감독이 선호하는 패스를 통한 전진을 시도해야 했지만, 수비진과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너무 벌어져 효과적인 공 전개가 이뤄지지 못했다. 공격으로 연결하는 중간 고리가 실종되고, 개인기와 스피드를 갖춘 카타르 선수들의 강한 압박까지 겹치자 수비수들은 공을 뒤로 돌리는 등 답답한 경기를 폈다.
이런 까닭에 전반 12분 한국팀의 횡 패스가 잘리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고, 전반 21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자유롭게 슈팅 기회를 주기도 했다. 다행히 구성윤의 슈퍼세이브 등으로 아찔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의조, 황희찬 등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의 ‘한 방’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손흥민은 전반 36분 황의조의 결승골을 돕는 날카로운 패스를 배달했고, 끈질긴 이재성 역시 손흥민에게 연결되는 패스로 득점의 시발점 구실을 했다. 15일 멕시코와 평가전에서도 손흥민의 도움을 받아 골을 터트린 황의조는 이날도 골문으로 쇄도하면서 손흥민의 강한 패스를 여지없이 골대 안으로 쓸어 담으며 손흥민과의 호흡을 자랑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들어 골키퍼를 이창근(상주)으로 교체했고, 후반 18분 이재성 대신 손준호(전북), 김태환 대신 이주용(전북)을 투입하며 전술 변화를 주었다. 또 후반 30분에는 황희찬과 남태희를 빼고 엄원상(광주)과 이강인(발렌시아)을 새로 배치했다. 하지만 중원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하면서 위협적인 장면이나 슈팅 기회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멕시코전 풀타임 출전에 이어 이날도 종횡무진으로 움직인 손흥민은 막판 피로감에 스피드가 떨어졌지만, 벤투 감독은 이날도 손흥민을 풀타임으로 활용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17일 전적
한국 2(2-1 0-0)1 카타르
△득점 = 황희찬(전1분) 황의조(전36분·이상 한국) 알모에즈 알리(전10분·카타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