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의 중계 카메라.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유튜브 접속자 2400만명, 페이스북 회원 10만 돌파, 스포츠 단체 에스엔에스 회원 1위….
한국프로축구연맹(권오갑 총재)의 올 시즌 뉴미디어 사업 성적표는 아이티 스타트업 기업의 공격적 시장 개척을 연상케한다. 코로나19로 K리그가 5월 개막한 점을 감안하면 실적이 더 놀랍다. 그렇다 보니 종목 단체들이 팬들한테 욕먹는 일이 많지만, 축구연맹은 “정말 일 열심히 한다”는 평가를 듣는 유일한 단체가 됐다.
대표적인 뉴미디어 상품은 K리그 하이라이트 제작. 매주 토요일, 일요일 K리그 1~2부의 ‘스토리’ ‘인물’을 엮어 6개월간 70편 가까이 제작했다. 대표적인 성공작은 2부 제주 유나이티드의 ‘새 별’ 이동률과 1부 성남FC의 잔류 ‘일등공신’ 홍시후 영상. 이동률의 활약상을 엮은 유튜브는 140만 조회를 기록했고, 홍시후도 100만 이상 클릭됐다.
프로축구연맹의 이준영 프로는 “이동국 등 옛 스타보다는 1, 2부를 가리지 않고 팬들은 어린 선수 등 새 얼굴에 대한 욕구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간이 중요해 신속하게 작업하는 게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기 뒤 인공지능(AI)이 해당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5분. 하지만 ‘그날의 이슈 선수’의 동영상을 만드는 데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더라도 하루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 피디 2명을 고용해서 신속하게 고품격 영상을 제작했다. 이준영 프로는 “처음엔 경기 다음 날 올렸지만, 최근엔 밤샘작업을 하더라도 다음날 새벽까지는 올린다. 선수가 검색어에 뜨는 경우에는 거기에 맞춰 빨리 올린다”고 설명했다.
연맹 차원에서는 경기 영상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면서 올해부터 유튜브 영상을 올릴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고, 전문 피디 2명을 고용하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김동훈(왼쪽), 박혜림 피디는 영상 제작 실무를 맡아 2400만 유튜브 접속자 시대를 여는 데 기여했다. 김창금 기자
경기 영상만이 아니다. 축구팬들을 위한 미니 시리즈(6부작) ‘투 하츠’는 100만 클릭을 넘어섰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의 구독자를 합산하면 일부 야구단에 못미치지만, 프로스포츠 연맹 가운데 1위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뉴미디어 속성에 따른 각개 격파가 먹혔기 때문이다.
이준영 프로는 “페이스북 사용자의 최근 동향은 뉴스 페이지 활용이 많아졌기에 사진보다는 중요 소식 이벤트를 주로 전달하고, 사진 전용인 인스타그램은 10대 후반과 20대 주 계층을 타깃으로 선수들의 일상이나 장면을 올린다. 트위터에는 K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영상과 영문 인터뷰를 국외 팬들을 위해 올려준다”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올해 사무실의 칸막이를 모두 없앴고, 노트북을 놓을 책상은 수평적으로 배치돼 있다. 특별히 근무시간을 고정해 놓지도 않았고, 일찍 나와 일찍 가거나, 늦게 나와 늦게 퇴근한다. 명칭은 서로 ‘프로’라고 부르며, 기존의 부서 벽이나 위계를 허물어버렸다. 다양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산출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준 것이다. K리그 코로나 휴지기 때는 역대 프로리그 데이터를 모아 언론을 위한 뉴스 아이템을 60가지나 제공했다.
조연상 사무국장은 “코로나 시대 스포츠 소비가 이벤트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영상 시대에 맞게 스토리와 인물을 개발하는 것은 올림픽 등 대규모 이벤트도 연기된 상황에서 팬들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근본적으로 팬들의 어떤 욕구를 지니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기민하게 움직인 게 수치로 나타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서울 마곡동에 마련된 K리그 미디어센터.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