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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0 17:14 수정 : 2005.02.10 17:14

“선배, 어제 김남일이 아주 잘 뛰던데요.” “그래? 패스 범실도 잦고 느슨한 플레이를 펼치던데, 강팀 만나면 그래서 되겠어?”

선수 활약상에 대한 평가는 저마다 엇갈렸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온통 축구가 화제였다. 9일 한국과 쿠웨이트의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첫 경기를 보러 5만3287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섭씨 영하 1도를 육박하는 쌀쌀한 날씨에 설날이었는데도, 축구 열기는 대단했다. 4일 이집트와의 평가전에 1만6천여명이 찾은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텔레비전 시청률도 36.7%를 기록했다고 한다. 발이 꽁꽁 얼어붙는 상황에서도 축구팬들은 선수 발놀림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했다.

한국이 통쾌한 2-0 승리로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국민들은 지난해 2차예선 때와 달리 큰 기대감을 가지고 8월17일까지 진행될 최종예선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 아닌가 싶다. 한국은 앞으도 안방과 적지를 오가는 강행군 속에 5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물론 최소한 조 2위 안에 들면 아시아에 주어진 4.5장의 독일행 티켓 중 하나를 거머쥘 수 있다. 설령 A조 3위로 추락한다 해도 기회는 있다. B조 3위와 맞붙어 이기면, 북중미 예선 4위팀과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해 막차를 탈 수도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대로 쿠웨이트는 A조 최약체로 평가받을 만하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 출신의 슬로보단 파브코비치 쿠웨이트 감독조차 이날 경기 뒤 “마치 프로와 아마추어 경기를 보는 것 같았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생각 같아선 한 4-0 쯤으로 이겨놨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다소 불만스럽기도 하다.

지난해 베트남·몰디브·레바논 등 약체들과 맞붙은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한국은 3차례 안방경기에서는 모두 이겼지만, 3차례 원정경기에서 두번씩이나 비겨 최종예선 진출 확정 전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특히 2차전인 몰디브와의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긴 것은 두고 두고 한국팀 속을 태우게 만들었다. 게다가 5번째 경기인 레바논과의 원정경기에서도 1-1로 비겨 결국 마지막 6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어려운 상황까지 맞지 않았는가?

그러나 선수들이 쿠웨이트전에서 보여준 강한 투쟁심에다, 좀더 기동력있는 플레이를 앞으로 보여준다면 독일행은 그다지 어려운 문제가 아닐 것 같다.

김경무 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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