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7일 별세한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선수 시절 사진과 함께 “한 번 월드컵 영웅은 언제나 월드컵 영웅”이라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연합뉴스
“아껴주신 형님인데, 마음이 아픕니다.”
8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현영민 해설위원의 목소리는 깊게 잠겨 있었다. 건국대 선배이며, 2002 한·일월드컵 대표팀에서 동고동락했던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과의 이별 때문이다. 현영민 해설위원은 “어제도 빈소에 갔다 왔다. 오늘도 다시 가봐야 한다”라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 투병 끝에 향년 50으로 별세하자 국내외 축구계가 슬픔에 빠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7일 밤 월드컵 공식 계정에 유 감독의 선수 시절 사진과 함께 “한 번 월드컵 영웅은 언제나 월드컵 영웅”이라며 추모의 글을 올렸다.
2002 월드컵 한국과 포르투갈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유 감독과 맞섰던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8일 기자회견에서 “한국 국민에게 기쁨을 줬던 유 감독의 별세에 같은 축구인, 동료로서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 등도 조문을 했다. 정몽준 이사장은 “유 감독은 열심히 살았고, 이제 유가족들이 잘살아가실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각 프로구단에서도 애도가 이어졌다. 유 감독이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당신의 열정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히 쉬소서”라고 올렸고, 제주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 광주 FC, 강원 FC 등 많은 구단이 대한축구협회의 포스트에 추모 댓글로 동참했다.
유 감독이 선수로 뛰었던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는 트위터에 “지난해 닛산 스타디움 홈 개막전에서 승리했을 때 ‘또 여러분과 만나고 싶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안타깝다”며 슬픔을 표현했다.
대표팀의 선배, 동료, 후배들도 슬픔을 나눴다.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지난 30년간 함께였던 동료이자 후배인 유상철 감독의 영면이 안타깝다. 한국 축구를 위한 그의 헌신과 노력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홍명보, 황선홍, 최용수, 이영표, 이천수, 김남일, 설기현, 송종국 등 2002 월드컵 4강 주역들도 서울 아산병원 빈소에서 유 감독을 추모했다.
FC서울의 기성용은 인스타그램에 “뵐 때마다 아낌없는 조언과 걱정을 해주셨던 그 모습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국외에서 활약하는 골키퍼 정성룡(가와사키)과 구자철(알 가라파) 등도 깊은 애도를 표했다.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팀에 소집된 이강인(발렌시아)은 인스타그램에 “나이 7살 천진했던 시절, ‘슛돌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감독님을 만나게 됐다. 제게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다”라고 올렸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인스타그램에 “유상철 선수가 국민에게 보여주신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곳에선 아프지 마세요”라고 마음을 전했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인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도 페이스북에 “편히 쉬십시오”라고 적었다.
한편 유상철 감독의 장례는 9일 오전 축구인장으로 치러진다. 또 9일 저녁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한국과 스리랑카의 경기에서는 유 감독을 추모하기 위해 6분간 응원이 중단된다. 6번은 선수 시절 수비, 미드필더, 공격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활약한 원조 멀티 플레이어 유상철 감독의 등 번호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