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레바논전에서 후반 결승골을 넣은 뒤 토트넘의 옛 동료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위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인가. 대표팀의 스피드는 떨어졌고, 공격 활로는 번번이 막혔다. 하지만 대표팀 막내급인 송민규(22)와 주장 손흥민이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3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마지막 경기 레바논전에서 상대 자책골과 손흥민의 결승골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이미 3차 최종 예선에 진출한 한국은 1위(5승1무·승점 16)가 됐고, 레바논은 조 2위로 탈락했다.
현재 각국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 2차 예선 8개조의 1위는 3차 예선에 진출하고, 2위 팀 가운데 5개 팀이 합류한다. 개최국 카타르가 E조 1위를 차지해 2위 팀의 최종예선 티켓이 한장 더 늘었다. 이렇게 구성된 12개 팀은 9월부터 6개 팀씩 A, B조로 나뉘어 구성되는 3차 예선에서 본선티켓(4.5장)을 다툰다.
이날 경기는 한국의 압승이 예상됐다. 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도 한국(39위)이 레바논(93위)을 크게 앞선다.
하지만 축구는 상대적인 경기다. 이날 한국은 최전방에 황의조를 비롯해 손흥민과 이재성, 권창훈 등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을 배치했다. 여기에 신예 송민규가 가세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이 공수의 연결고리가 됐고, 좌우 측면에서 크로스와 돌파력이 있는 홍철과 김문환이 섰다. 중앙 수비는 김영권과 박지수가 맡았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끼었다.
전반 시작부터 한국의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좌우 측면의 크로스는 번번이 상대 수비수에 걸렸고, 공중볼 공략도 키가 큰 레바논의 중앙 수비수에 의해 잘렸다.
벼랑에 몰린 레바논은 최후방 수비를 6명 이상 세우는 극단적인 밀집수비로 방어전을 폈다. 이를 깨기 위해서는 스피드가 필요했지만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인지 한국팀의 공격 예리함이 떨어졌다.
오히려 전반 12분 상대의 역습에 수비가 흔들리면서 선제골을 내주며 마음만 급해졌다. 전담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수차례 코너킥을 올렸지만 유효타는 없었고, 근접 프리킥 기회에서 홍철이 올린 공도 정확성이 떨어졌다.
답답한 벤투 감독은 후반 남태희를 투입하면서 변화를 주었고, 선수들도 좀 더 기민하게 움직이면서 승기를 마련했다. 특히 이날 A매치에 두 번째 출장한 송민규가 반격의 물꼬를 열었다. 송민규는 후반 5분께 손흥민의 코너에 올린 공을 골 지역 중앙에서 머리로 돌려놓았고, 이 공이 다시 상대 수비수 머리를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가면서 자책골을 만들어냈다.
이어 손흥민이 후반 20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확고하게 승기를 잡았다. 손흥민은 남태희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꽂아 결승점을 올렸다. 손흥민은 득점 뒤에 이날 유로 2020 덴마크-핀란드전에서 심정지로 쓰러진 덴마크 대표팀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인터밀란)을 위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흥민은 중계 카메라로 달려가 “크리스티안, 스테이 스트롱. 아이 러브 유”를 외쳤다.
손흥민은 이날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맨 오브 더 매치’를 수상했다.
고양/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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